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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안나 어릴 적 나 닮았어요

중앙일보 2014.02.05 00:20 종합 20면 지면보기
제니퍼 리 감독(가운데)과 ‘겨울왕국’의 주요 캐릭터들. 왼쪽부터 한스, 안나, 눈사람 올라프, 엘사, 크리스토프. [사진 디즈니]


‘겨울왕국’(원제 Frozen, 1월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이 국내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했다. 506만 명이 관람한 ‘쿵푸팬더2’(2011, 여인영 감독)를 제치고 역대 외화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올랐다. 이 작품을 만든 두 공동 감독은 어떤 사람들일까.

흥행 돌풍 '겨울왕국' 제니퍼 리 감독
디즈니 동화의 공식 깬 이야기꾼
첫 스토리 회의 뒤 감독 깜짝 발탁
공주 자매 엄마역 목소리 연기도



 관객들에게는 그 중 제니퍼 리(43)가 더 궁금할 만하다. 크리스 벅은 그동안 꾸준히 디즈니에 몸담으며 ‘인어공주’(1989) ‘포카혼타스’(1995) 등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고 ‘타잔’(1999)을 연출했다. 반면 제니퍼 리는 2011년 디즈니 입사 후 ‘주먹왕 랄프’(2012, 리치 무어 감독)의 스토리를 담당한 것 외에 알려진 이력이 없다.



 흥미롭게도 그가 참여한 두 편의 작품은 기존 디즈니 영화들에 비해 차별성이 두드러졌다. 게임 속 세상의 영웅을 꿈꾸는 악당 이야기 ‘주먹왕 랄프’와 왕자가 필요 없는 공주 이야기 ‘겨울왕국’. 이를 통해 디즈니의 세계관은 한층 진취적이 됐다. 이제 겨우 두 편의 작업에 참여했지만, 제니퍼 리가 탁월한 이야기꾼인 동시에 디즈니의 참신한 인재로 여겨지는 이유다. e-메일로 그를 만났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겨울왕국’으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공동 감독 크리스벅(왼쪽)·제니퍼 리. [비버리힐스 로이터=뉴스1]
 - 2011년 디즈니에 입사했다. 그 전에는 주로 무엇을 했나.



 “언제나 이야기꾼이었다. 대학에서는 시와 문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10년간 출판계에서 일하며 몇 개의 소설을 썼다. 이후 연습 삼아 시나리오를 써보다 영화에 흥미를 느꼈다. 곧바로 컬럼비아 대학 석사과정에 지원해 4년간 영화를 공부했다. 그곳에서 ‘주먹왕 랄프’에 공동 작가로 참여한 필 존스톤을 만났다. 그의 제안으로 디즈니에 합류했을 때,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했다.”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는 기존 디즈니 공주들과 다른데.



 “자매를 중심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바라보고자 했다. 왕자만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재해석하는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공동 감독인 크리스 벅이다. 그는 ‘진정한 사랑은 얼어붙은 심장도 녹일 수 있다’는 원작의 핵심을 좋아했다.”



 -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가 공동 연출을 맡았는데.



 “디즈니에서는 12주에 한 번씩 스토리 회의를 한다. 첫 회의가 있던 날, 존 라세터(디즈니-픽사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크리스 벅과 내가 함께 작업하는 것을 보더니 뭔가를 느낀 것 같다. 일주일 뒤에 내게 감독으로 참여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꿈이 이루어지던 순간이다.”



 - OST도 큰 인기다.



 “작곡을 담당한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부부를 매일 아침 만났다. 노래뿐 아니라 스토리 자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먼저 탄생한 곡이 ‘렛 잇 고(Let It Go)’다. 곡 자체가 너무도 특별해서 이미 영화 전체가 완성된 듯 했다.”



 - 좋아하는 극중 캐릭터는.



 “눈사람 올라프. 사랑과 순수 그 자체인 캐릭터다. 보면 항상 웃음이 난다. 안나는 유년시절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아서 애착이 간다.”



 - 목소리 연기에도 참여했는데.



 “초반에 등장하는 엘사와 안나의 엄마 역을 맡았다. 대사는 딱 한마디다. ‘얼음처럼 차갑구나’.”



 - 스토리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항상 캐릭터를 먼저 생각한다. 관객이 즐거운 여정을 함께 떠나고 싶을 정도로 강인하고, 호감가는 캐릭터가 필요하다. 스토리는 캐릭터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결정하는지에 따라 흐른다.”



 - 차기작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겨울왕국’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이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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