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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100억원 맨션 … 집안에 고사리가

중앙일보 2014.02.05 00:19 종합 19면 지면보기
‘억만장자의 거리’로 불리는 영국 런던 비숍스 애비뉴의 방치된 저택.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영국 런던 북부 햄스테드의 비숍스 애비뉴. 지난해 평균 집값이 620만 파운드(약 102억원)로 영국에서 두 번째로 비싼 곳으로 꼽혔던 이른바 ‘억만장자’의 거리다. 하지만 정작 이곳의 3분의 1가량인 3억5000만 파운드(약 6167억원)어치의 주택들이 길게는 수십 년째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한 주민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버려진 땅”이라고 자조할 정도였다.


해외 부호들 투기 구입 후 방치

 이 중엔 사우디 왕족 가문의 소유로 알려진, 맨션 10채짜리 부동산이 포함됐는데 7300만 파운드(약 1286억원)로 추산되는 곳이었다. 집안에 들어가니 천장의 마감재가 다 떨어졌고 모퉁이와 계단을 타고 이끼와 고사리 비슷한 양치류가 자라고 있었다. 카펫 위엔 비둘기·부엉이 뼈도 뒹굴었다.



 ‘흉가’나 진배없지만 장부상으론 전혀 아니었다. 현 소유주가 구매한 가격 기록(1988년)이 남아 있는 한 채의 경우 당시 112만 파운드(19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중동·러시아·중앙아시아 부호나 조세회피처에 주소를 둔 회사가 소유한 이웃 주택들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대로 둬도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 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영국, 특히 런던의 부동산이 세계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년도에 비해 영국 전체론 5.4% 올랐는데 런던은 11.6% 상승했다. 지난해 런던의 신축 주택 중 75%가 비거주자의 손에 들어갔다. 더타임스에 “주택이 집이어야지 투자수단이어선 안 된다”는 칼럼이 실릴 정도였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언스트앤영은 “버블 비슷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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