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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네모'와 남송 국수 유중보

중앙일보 2014.02.05 00:07 경제 7면 지면보기
<본선 16강전>○·김지석 9단 ●·판윈러 4단



제10보(120~133)=현대바둑은 치열하지요. 예전엔 수가 보이더라도 ‘빈삼각’ 같은 나쁜 형태를 동원해야 한다면 입맛만 다실 뿐 결행하지 않았습니다. 한데 이 판의 김지석 9단은 형세가 좋은데도 ‘네모’마저 서슴지 않았습니다. 네모란 빈삼각에다 또 한 수를 덧댄 최악의 형태라서 금싸라기가 쏟아진다 해도 망설이는 형태지요.



 변화를 더듬어보면 우선 120, 122는 ‘참고도1’처럼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실속이 없다고 본 겁니다. 해서 124까지 뒀고 다음 수순은 ‘참고도2’라고 생각했는데 김지석의 의도는 놀랍게도 다른 데 있었습니다. 그는 126, 128, 130으로 흑을 절단해 끝장을 보려고 합니다. 한데 이 과정에서 백 모양이 우그러지는 모습을 보십시오. 132로 이은 형태는 ‘네모’ 정도가 아니라 네모에다 두 개의 돌이 다닥다닥 더 붙어 있는 모습이군요. 비능률과 자충에 관한 한 이보다 더 나쁜 형태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김지석은 결행했습니다. 적당히 타협해도 이긴 바둑인데 몰사의 위험을 각오했습니다. 무섭네요. 문득 죽어서 신선이 되었다는 남송의 국수 유중보가 떠오릅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책모가 신랄해 온갖 수단을 여지없이 사용하오. 고인이 차마 못하던 일을 왕왕 하고 고인이 차마 못 쓰던 술책도 왕왕 씁니다”며 그러기에 내가 비록 신선이지만 요즘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답니다.



 133으로 막히니 답답합니다. 흑은 A엔 B, C는 D로 맞설 계획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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