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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사정 칼날 … 쩡칭훙까지 겨누나

중앙일보 2014.02.05 00:06 종합 18면 지면보기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을 부패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개방(開放) 등 복수의 홍콩 매체들이 베이징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홍콩 언론 "가족 부패 혐의 조사"
장쩌민파 좌장 … 석유방 만들어

 쩡칭훙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 파벌의 좌장이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장쩌민으로부터 대권을 물려받은 16기(2002~2007) 당 지도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가부주석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 막 은퇴한 장쩌민은 쩡칭훙을 통해 정치국 상무위원회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쩡의 표면상 권력 서열은 5위였지만 위세는 후를 넘어섰다고 한다. 현재 기율위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진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 서기를 훨씬 능가하는 거물이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 부경리 출신으로 석유업계 인사들을 대거 권부로 끌어들여 저우융캉 등 ‘석유방’을 형성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기율위의 조사 내용은 쩡 가족·친척들의 부패 혐의다. 쩡칭훙의 아들 쩡웨이(曾偉)는 편법 조성한 33억 위안으로 자산 가치 738억 위안(약 13조원)인 산둥성 최대 국유 전력기업 루넝(魯能)그룹을 사들였다. 2007년 잡지 재경(財經)이 이를 폭로했지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쩡웨이는 보도 직후 호주 시드니로 이민 가 3240만 호주달러(약 312억원)의 초호화 주택을 매입했다. 호주 주택 매매 사상 세 번째 고가였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이 자금들이 해외로 불법 반출된 것임이 밝혀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쩡칭훙의 동생 쩡칭화이(曾慶淮)도 조사 선상에 올라있다고 한다. 그의 공식 직함은 중국 문화부 홍콩 특파원이지만 홍콩 연예계의 막후 실세로 불린다. 형을 등에 업고 홍콩에서 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쩡칭훙은 2003년부터 공산당 홍콩·마카오소조 조장을 맡아 이 지역을 총괄했다.



 쩡칭화이의 딸 쩡바오바오(曾寶寶)는 부동산 회사를 설립해 2010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쩡 일가의 지분은 70억8000만 홍콩달러(약 1조원)에 이른다.



 쩡칭훙 일가 조사는 상당 기간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기율위가 저우융캉 건을 ‘2호 특별안건’으로 부른다고 알려졌을 때 ‘1호 안건은 누구냐’는 의문이 분분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라는 설도 나왔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1호 특별 안건의 주인공은 쩡칭훙이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좌담회엔 거의 모든 당 원로 가문이 참석했다. 유독 아들 보시라이가 당시 무기징역형을 받은 보이보 가문과 쩡산(아들이 쩡칭훙) 전 내무부장 가문만 없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난달 홍콩 쇼브러더스 영화사 설립자 사오이푸의 장례식 때 홍콩에 관한 한 가장 거물급 인물인 쩡칭훙이 조의를 표하지 않은 일도 이례적이라는 평가였다.



 저우융캉과 함께 쩡칭훙마저 단죄한다면 장쩌민의 수족을 자르는 셈이다. 시진핑이 5세대 지도부의 1인자로 부상한 데엔 장과 쩡의 역할이 컸다. 특히 17기 당 지도부를 선정하던 시가 2007년 후진타오 주석이 밀던 리커창(현 총리)을 제친 데는 쩡의 막후 공작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2012년 18기 당 지도부를 구성하며 격렬한 암투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시와 쩡은 정적 관계로 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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