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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쨍하고 뜬 리츠

중앙일보 2014.02.05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서울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근처에 있는 목동 SMT빌딩(18층)의 주인은 ‘트러스7호’라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다. 서울에 있는 1000억원대 대형 빌딩을 개인 혼자 소유하는 게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회사를 세운 뒤, 이 회사가 건물을 사들여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빌딩에서 나오는 한 해 임대 수입은 53억9000만원이다. 이 회사 최대 주주인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16억1500만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공제회가 갖고 있는 지분 가치가 220억원이니 7.4%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나머지 개인 주주들도 같은 비율로 배당 소득을 얻었다.

지난해 2조8000억 순유입 … 출범 11년 만에 총 12조3000억



 목돈 조달의 부담은 덜면서, 대도시 중심가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리츠에 돈이 몰리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80개 리츠가 갖고 있는 자산 규모는 12조3000억원이다. 2002년 리츠 제도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에 비해선 2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3조6000억원이 추가로 들어왔고, 8000억원이 청산되면서 자산이 이같이 늘어난 것이다.



 리츠는 ‘트러스7호’처럼 개인이나 기관투자가가 돈을 모아 회사를 세우면 만들어진다. 법인세를 면제받는 대신 부동산 개발·임대, 증권매매, 예금 등의 업무만 수행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리츠는 투자자들이 모은 돈으로 사업을 하면서 얻은 이익의 일부를 다시 배당금으로 돌려준다.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라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이 잘된다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실제 부동산 시장 과열기였던 2007년엔 리츠의 배당수익률이 40.4%에 달했다. 리츠 A사의 주식 한 장의 시세가 1000원이라면, 그해 404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침체기였던 2010∼2012년에도 7∼8%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2년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1%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연 평균 상승률(12%)보다 높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금 운용처가 부동산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발현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자금을 운용해 부동산 침체기를 극복하고 수익을 고루 나눠 갖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리츠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리츠 시장에 모인 돈(12조원)은 시중의 부동산펀드(20조원)보다 규모는 작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리츠가 더 잘 마련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츠는 일반 회사와 같은 형태여서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의 절차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리츠 산업에서도 투자금이나 자산을 유용한 사건이 과거에 나오긴 했지만, 소액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 자체는 그나마 펀드보다 잘 갖춰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점도 있고 수익률도 높은 리츠지만,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80개 리츠 가운데 8곳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8개 상장 리츠 중에서도 지난해 배당을 지급한 회사는 두 곳뿐이다. 또 상장 리츠 가운데 두 곳은 지난해 적자를 냈다. 김동환 위원은 “아직 부동산 투자 시장은 프로들만의 세계로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리츠협회 측은 “상장을 하고 싶어도 최근 2∼3년간의 수익률 성과가 부족해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에서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츠 산업 육성을 위해 상장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이다. 손재영 교수는 “과거 발생했던 리츠의 자금 유용 사건 때문에 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협회 뜻이 관철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다만 위탁 부동산만 운용하는 리츠는 자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는 위험성이 낮아 리츠의 형태별로 상장 진입 문턱을 달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가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리츠는 어떤 게 있을까. 상장된 리츠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곳은 ‘코크렙8호’다. 주당 가격은 3700원인데, 배당금은 지난해 1411원이 지급됐다. 경기도 분당의 센트럴타워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임대수익의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러스7호’는 목동 SMT빌딩과 같은 안정적인 투자처만 운영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배당금이 없거나 적자를 내는 리츠는 주로 개발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배당을 지급하지 못한 ‘골든나래 리츠’는 경기도 가평에서 134객실 규모 콘도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코리아 리츠’도 울산 삼삼동의 188가구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사업에 시행자로 참여했다. 손 교수는 “각 리츠가 임대 사업을 주로 하는지 개발 사업을 주로 하는지 확인해 본 뒤 투자해야 손실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며 “요즘과 같은 부동산 침체기엔 개발 사업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나오는 자산을 보유한 리츠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상장 리츠 중 ‘케이탑 리츠’는 경기도 판교의 고급 단독주택 단지인 산움아펠바움에 투자했고, ‘코크렙15호’는 서울 회현동의 1191억원짜리 인송빌딩을 갖고 있다. ‘케이비부국위탁 리츠’는 잠실 아이파크(I-park) 오피스텔에 562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하지만 리츠 투자 자체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은 “리츠는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는 회사기 때문에 이 기업 주식을 사는 것은 경기 변화에 따른 위험성도 그만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현재로선 비전문가가 진입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리츠 산업이 안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수익률이 주식 시장 성장률보다 높은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리츠가 늘어나 한정된 땅을 두고 경쟁을 벌이면 수익률이 급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리츠 산업 자체는 선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투자 방식의 다변화다. 사무실용 건물과 백화점·마트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주택·공장·호텔로 투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서울 영등포에서 19층짜리 오피스텔을 운영하는 ‘광희 리츠’는 업계 최초로 아파트 개발에 뛰어들었고, ‘씨엑스씨 리츠’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콘래드호텔(434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씨티호텔(269실)도 ‘제이알리츠’가 운영을 맡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호텔 중 1888개 객실을 리츠가 공급하고 있다. 현재 80개 리츠의 사무실용 부동산 투자규모는 8조100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65.9%를 차지한다. 백화점·마트 투자(17.9%)는 2조2000억원이고, 호텔(9000억원·7.3%)은 그 다음으로 많다. 주택(4.9%)과 공장(1.6%)에도 각각 6000억원과 2000억원이 투자돼 있다.



 국민주택기금이 자금을 댄 ‘희망임대주택 리츠’도 이 같은 리츠 산업에 해당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기금을 활용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파트 897가구를 사들여 1508억원의 시중 부실 채권을 해소했다고 자평했다. 이상일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주택기금을 활용해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리츠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ilgoo@joongang.co.kr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영어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주식회사 형태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방식을 사용한다. 현행법에 따라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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