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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터진다, 명품 전쟁

중앙일보 2014.02.05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2400억원대 명품 전쟁이 시작된다. 6일부터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이 고가 수입 패션을 최대 70% 할인하는 ‘해외명품대전’을 차례로 연다. 매년 2월과 8월에 두 차례 열리는 명품대전은 매번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이번 대전은 롯데가 1200억원, 현대가 700억원, 신세계가 500억원 등 총 2400억원 규모다. 지난해 2월 펼쳐진 명품전(총 1500억원)에 비해서도 규모가 60% 커졌다. 춘절 전후로 몰려드는 백화점의 ‘큰손’ 중국 관광객과 눈은 높지만 실속도 중시하는 국내 고객의 소비 패턴을 절묘하게 감안한 빅 이벤트인 셈이다.

백화점 3사 사상 최대할인전
2400억대, 작년보다 60%↑
예년보다 보름 이상 앞당겨
프리미엄 패딩 올해 첫선



 롯데백화점에서 4년째 해외명품대전을 담당하고 있는 여대경(38) 선임상품기획자는 “2011년만 해도 백화점에서 하는 수많은 기획전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총력을 기울이는 가장 큰 행사”라며 “5000만원 상당의 렉서스 신차를 경품으로 내걸 정도”라고 강조했다. 롯데 본점의 경우 2011년보다 행사장 면적은 2배, 참가 브랜드 수는 3배, 매출(추정)은 4배로 커졌다.



“불과 나흘 만에 50억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행사는 해외명품대전이 유일하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채정원 신세계백화점 해외패션팀장은 “해외 유명 브랜드 대전은 매번 20~30% 이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초 경기 침체 속에 명품 매출이 10% 이상 감소했을 때도 해외명품대전만은 ‘나홀로 성장’을 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신장률은 37.2%, 올해는 50%를 바라보고 있다.



 해외명품대전의 매출 성장세에 따라 참여하는 브랜드 수도 50~60%씩 급증하고 있다. 올해는 프리미엄 남성복 휴고보스가 5년 만에 참여했다. 최근 패션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30~40대 남성 고객을 겨냥한 백화점과 브랜드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이자벨마랑·바네사브루노 등 20대 여성이 선호하는 브랜드도 명품대전에 등장했다.





아르마니·돌체앤가바나·마르니 등 여러 브랜드로 명품대전에 참여해온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명품대전에 참여하면 브랜드를 보다 많은 고객에게 알리는 홍보 효과와 매출 증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외의 프리미엄아웃렛과 달리 도심 백화점은 접근성이 좋고, 여러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신규 고객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 선임은 “ 비슷한 수준의 브랜드들이 함께하는 행사라 비교적 이미지에 큰 손상 없이 재고를 소진할 수 있어 명품브랜드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할인 행사’로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깎일까 봐 고민하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행사 때도 ‘참여는 하겠지만 우리 브랜드는 DM(고객 홍보 우편물)에서 이름을 빼달라’는 곳이 몇몇 있었다”고 말했다.



 올 명품대전은 예년보다 보름 이상 일찍 시작한다. 유통업계에서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프리미엄 패딩과 모피가 인기를 모으면서 모처럼 상승세를 탄 해외패션 매출을 명품대전으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캐나다구스를 병행수입해 30%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등 명품대전에 ‘프리미엄 패딩’ ‘모피’ 코너를 만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연휴 때 명절 선물용으로 풀린 상품권을 구매 단위가 큰 명품대전을 통해 회수하겠다는 전략도 행사 시기를 당기는 데 한몫했다. 춘절 휴가 막바지에 중국인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도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은 한국 여행경비의 40%를 명품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쇼핑하는 데 쓰는 ‘명품 큰손’이다.



 명품대전이 날로 규모가 커지는 데는 불황으로 인한 명품업체의 그늘이 깔려 있다. 명품대전은 기본적으로 재고가 있어야 가능한 행사다. 이번 대전에는 1년차 재고가 많이 나왔다. 지난해 초 10% 이상 감소했던 매출이 고스란히 재고로 나온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해외명품을 소비자가 선호하면서도 제값 주고 사기는 부담스러워한다”며 “온라인이나 현지 직접 구매 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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