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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직업은 있지만 어떤 일 하는 지는 몰라요

중앙일보 2014.02.05 00:01 Week& 1면 지면보기



중학생 장래 희망 직업 설문

요즘 중학생은 미래에 무슨 일을 하고 싶어할까. 아니, 관심 있는 일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고 있기는 한 걸까. ‘열려라 공부’는 중학생들을 만나 어떤 직업을 선호하는지, 또 그 직업에 대해 무엇이 궁금한지 물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일부 중학교를 직업체험학교로 정해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 올해는 더욱 확대한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진로 교육이 형식적 수준에 그치는 학교가 많다”면서 “직업별로 어떤 특성이 있고, 단계별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진로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엽 기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묻는다. “나중에 뭐가 되고 싶냐”고. 중학생들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 2007년 이후 2012년까지 중학생 선호 직업 1위와 2위는 변함없이 교사와 의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하 직능원)의 2007년 ‘중학생 10대 장래희망 직업’과 ‘2012년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조사’ 결과다.



 이런 선호도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을까. ‘열려라 공부’는 지난 연말 남학교인 환일중(서울 중구 만리동)을 찾아 1,2학년 1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선호 직업과 해당 직업에 대해 궁금한 점을 각각 물었다.



 역시 ‘교사’가 1위였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의사 대신 건축가가 2위, 그리고 운동선수와 요리사가 공동 3위였다.



<그래픽 참조> 프로게이머(5위)가 새롭게 등장했고, 의사는 공동 10위였다.



 관심있는 직업군(업종)을 우선 선택하게 한 뒤 해당 직업군 안에서 세부 희망직업을 적으라고 했더니 교육자가 1위인 것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정보통신(IT)·웹이 2위, 연예인이 3위, 공무원이 4위, 과학자가 5위였다. ‘교육자’를 택한 학생은 세부 희망으로 초등 교사, 과학 교사, 체육 교사, 역사 교수 등 매우 구체적으로 적었다. 희망하는 직업과, 그 직업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공무원’을 고른 학생은 세부 희망직업에 ‘그냥 공무원’으로 적은 경우가 많았다. ‘과학자’도 마찬가지다. 천문학자·화학자 같은 구체적 응답은 나오지 않았다. ‘운동선수’ 안에서는 축구선수가 대부분이었다.



 최윤회 환일중 연구부장은 “교사직군은 학생들이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선호도나 이해도가 명확하지만 공무원·과학자 직군은 책·드라마에서 본 것이 대부분이라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직업군별로 체계적인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직업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런 문제점이 좀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교사가 되고 싶은 학생은 “초등학교 교사와 중학교 교사 중 누가 돈을 더 많이 버나”라거나 “교사가 되기 위해선 공부를 많이 해야 하나” “교생 기간이 끝나면 어떤 시험을 봐야 하나” “교사는 한 과목만 잘하면 되나” 등 궁금한 부분이 매우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여타 직업군에선 학생들의 직업 이해도가 매우 낮았다. 육군 장교가 되길 희망한다는 한 학생은 “군대 가서 말뚝 박으면 자동으로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생명공학연구원이 되고 싶지만 뭘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라는 학생도 있었다. 하고 싶은 직업이 있긴 하지만, 해당 직업이 정작 뭘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은 것이다.



 환일중은 직업체험학교처럼 특별한 진로 교육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로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는 학교는 다를까.



 서울 혜원여중(중랑구 망우동)은 직업체험 중점학교다. 이 학교가 지난해 2학년 279명을 대상으로 선호 직업을 조사했더니 선호 직업 1위는 역시 교사였다. 이어 연예인·행정직 공무원·경찰·어린이집 교사·회사원·의사·여군·바리스타·헤어디자이너 순이었다.



 채일동 혜원여중 진로진학상담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의 진로 교육보다는 인기 드라마 주·조연의 직업이나 TV에서 회자되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게 관심을 갖는다”며 “그 직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바리스타가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남녀를 불문하고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 외에 또 한가지 명확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교사·공무원·경찰 등 공공 부문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진로 정보가 부족한 현실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환일중 학생 대다수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지보다는 “연봉은 얼마나 되나” “돈을 많이 버는가”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나” 등을 물었다.



혜원여중 채 교사는 “학생들의 진로 선호가 매우 편향돼 있다”며 “대입 위주의 교과 교육이 다양한 진로 탐색에 대한 기회를 박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채 교사는 “부모 세대의 진로 탐색 부족이 자녀에게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2007년과 2012년에 한 조사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조사에서도 학생들은 교사(1위)와 의사(2위)·공무원(5위)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주로 찾았다.



 직능원 동향·데이터분석센터 오호영 센터장은 “지속적인 청년 취업난의 영향”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 유통이 빨라지면서 학생들의 선호가 동질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래 희망으로 ‘회사원’을 꼽는 학생이 많다는 것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2012년 직능원의 중학생 조사에서 ‘회사원’은 희망 직업 중 8위였다. 이번 환일중 설문에선 12위였다. 오 센터장은 “회사원은 구체적인 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학생들의 직업 인식이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여학생의 공학·정보통신(IT)·웹 분야 직업에 대한 관심이 남학생보다 부족한 것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 센터장은 “IT는 남성적 직업이 아니라 여성의 꼼꼼함도 필요한 중성적 직업군”이라며 “여학생이 IT 분야 직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초등 시절부터 IT수업을 필수로 넣어 청소년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젠 학교뿐 아니라 전 사회가 학생들의 진로 교육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선 부모의 직업이 아이들의 진로 탐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부모 직업을 자신의 희망 진로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오히려 이런 지역일수록 제대로 된 진로 설문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많은 학교가 진로 수업을 하곤 있지만 열정적인 교사가 있는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 형식적”이라고 말했다.



학생·학부모·교사 “적성에 맞는 진로 탐색 간절”



 학부모들도 진로 교육 확대에 목말라 한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김수현(서울 중구·43)씨는 “부모가 아는 일부 직업을 제외하면 자녀에게 알려줄 직업 정보가 많지 않다”며 “직업별 특성과 준비 요령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진로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정부도 진로 교육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부와 직능원은 초등학생 단계부터 진로와 직업 세계를 쉽게 이해하도록 ‘마법천자문 직업원정대’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또 『한국의 직업지표』『미래의 직업세계』 같은 진로 관련 서적도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직능원은 ‘커리어넷’(www.career.go.kr)을 운영하며 진로 상담, 직업 정보, 진로 심리검사, 진로교육 자료 등 청소년 진로 교육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하 한고원)도 홈페이지(www.keis.or.kr)에서 ‘청소년들이 궁금해하는 99가지 직업이야기’, ‘2013 직업 선택을 위한 학과정보’ 등 청소년을 위한 직업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고원이 운영하는 ‘워크넷(www.work.go.kr)’에선 직업 정보 검색, 직업 탐방, 학과 정보 검색 등도 할 수 있다.



 한편 교육부는 2016년 전국 중학교에서 전면 실시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진로 탐색을 확대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6개 학기 중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대체해 진로 탐색 등의 기회를 갖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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