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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새로운 성장을 이루려면

중앙일보 2014.02.04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성장과 고용, 소득 불평등에 대한 담화가 빠르게 변화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금융위기 후 상대적으로 신속한 경기회복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변화가 없을수록 더 많은 변화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채 감축을 위한 디레버리징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도 성장과 고용은 실망스러운 행보를 거듭했다. 미국의 GDP 성장은 지금까지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유럽은 이렇다 할 성장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세 번의 경기 회복 시기에 공통적으로 발견된 현상으로 주기가 반복될수록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소득 분배의 불균형은 위기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1인당 평균 중간층 소득격차가 2만 달러 이상까지 벌어졌다. 계층에 따라 제공되는 교육의 질이 달라지면서 세대 간 계층의 이동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이는 사회 및 정치의 응집력을 해치는 위협 요소다. 소득 불균형의 주요 요인은 노동력 절감을 위한 기술 발전과 교역 부문의 고용 패턴 변화다. 한때 분명했던 사무직과 노동직의 경계가 흐려지고, 교역 부문의 저부가가치 일자리가 신흥국으로 옮겨간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며 고통과 실망, 혼란이 난무한다. 그러나 다음의 난제를 극복한다면 선진국 경제의 정체는 결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다.



 첫째,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 기대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 디레버리징과 구조조정, 투자를 통한 유형 및 무형자산의 손실 회복이 온전히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과도기가 끝날 때까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실업자와 청년층은 지원을 해줘야만 하고, 당장은 이들보다 나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둘째, 잠재성장률을 달성하려면 공공부문의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소비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공공투자는 대출 확대와 저금리·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부자연스럽게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다.



 셋째, 미국처럼 유연한 경제구조를 갖춘 국가에서는 해외 수요 주도의 구조적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수출이 (수입 증가보다 큰 폭으로)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의 하락과 재지역화(relocalization, 지역의 식량 및 에너지 등 현지 자원을 개발해 지역사회의 자립을 주도)를 위한 기술 발전 덕분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소득 대비 낮은 (그래서 더 지속 가능한) 소비의 영향을 상쇄할 것이다.



 넷째, 경제구조가 경직된 국가는 경직성을 벗어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과 비용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신흥국의 상당수가 성장을 하지 않는 저공 비행을 지속하다 성장을 다시 시작하는 패턴을 보여주는데, 이런 긍정적 발전은 결코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자가 지켜본 경우 이런 발돋움을 이루어낸 촉매제는 대부분 효과적 리더십이었다.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격차를 없애고 균형을 되찾기까지는 다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정확히 몇 년이 걸릴지는 정치적 선택과 구조조정의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또한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기술 발전 및 인구구조학적 요소는 수십 년에 걸쳐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미국 및 기타 선진국이 장기적 하락세에 접어들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이러한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놓인 과제는 이와 달리 우리 힘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잠재성장률 추세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회복력 강한 동반성장의 패턴을 구축하는 것이다. ⓒProject Syndicate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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