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증오의 소용돌이 온라인 … 팔짱 낀 포털

중앙일보 2014.02.03 00:34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화력지원) 당신이 가장 호감 가는 청년은 누구입니까? 현재 로무현 1위. 박근혜 정부는 종북좌익 사범 척결을 국정의 제1목표로 설정하라!(대한민국 긍정파들의 모임)’



‘노짱 1등 달리고 있노. 직무유기 아니노? 투표하러 가자(일간 베스트 저장소)’



‘(참여안내) 역대 가장 호감 가는 청년(대통령) 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참여합시다!



우리 모두 널리 알립시다. 총으로 정권을 잡은 X이 가장 호감 가는 X이 되는 것은 두 번 다시 볼 일이 아닙니다. 참여만이 힘입니다.(노무현의 작은 비석지기들)’



이쯤 되면 상대에 대한 증오가 하늘을 찌른다. 내 생각과 다른 그들,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살기가 가득하다. 한 인터넷 서점이 신간을 홍보하기 위해 준비한 이벤트가 두 쪽으로 갈라진 온라인 공간의 실상을 보여준다.



『한 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 실록』 이벤트를 알리는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통령의 젊은 시절 모습이 있습니다. 어떤 청년에게 가장 호감이 가시나요? 호감 가는 청년에게 투표해 주세요’ 사진에는 ‘6군단 부군단장 시절의 박정희’에서부터 ‘통일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시절의 노무현’까지 전직 대통령 10명의 청년 시절 모습이 걸려 있다.



이 이벤트, 당연히 장삿속이다. 경품은 소박하기 짝이 없다. 투표하면 추첨을 통해 30명에게 적립금 3000원을 준다. 이 정도 경품에 독자들이 열광할 리 없었다. 그런데 불길이 번졌다. 박정희와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진영 간의 독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 저장소가 “투표하자”고 부추겼다. 그들은 문장 말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노’를 붙였다.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가 발끈하지 않을 리 없다. 이들도 전직 대통령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총력전이 됐다.



온라인 공간을 가르는 진영논리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확연히 두 패로 나뉜 게 우리 사회다. 생각과 지향점이 다르니 편이 갈리는 건 당연하다. 양측이 의견을 경청하고, 감싸안는 게 건강한 사회다. 우리는 한참 부족하다. 상대방은 토론 상대가 아니다. 쳐부숴야 할 적(敵)이다.



이런 진영 간 적대감은 온라인에서 특히 증폭된다. 익명을 무기 삼아 키보드 전사들은 더 극단으로 치닫는다.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관을 ‘택배 포장된 홍어’라고 부를 정도니 말문이 막힌다. 진보의 탈을 쓴 일탈자들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에게 말끝마다 ‘닭’을 붙여 모독하는 게 그들이다. 양쪽 진영은 거의 해방구다. 문제는 이런 비정상이 횡행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어떠한 자정(自淨)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설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민간의 문제다. 제안한다. 한국의 포털사이트는 그동안 국적 불명의 장삿속으로 배를 채웠다. 지금처럼 증오가 끓어오르는 진영 싸움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이들이 온라인 자정 운동에 앞장서는 건 어떤지. 너무 큰 기대일까.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