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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

중앙일보 2014.02.03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감수성 예민한 소년 시절에 만난 ‘서시’는 오연천 총장이 일생 마음을 다잡는 한마디가 되었다. 윤동주가 꿈꾸던 고국의 독립이 분단으로 이어진 아쉬움이 남았지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1917~45) ‘서시’



어린 시절, 중학 입시에 실패하여 좌절을 겪고 재수를 거쳐 중학생이 된 뒤 제일 먼저 접한 시가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였다. 어려운 시기를 통과한 만큼 감동이 컸고 중·고교 시절 내내 뇌리에 깊이 새겨지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28세에 옥사한 윤동주의 드라마틱한 삶 자체가 미래에 대한 동경과 불안이 교차되던 소년시절의 감수성을 스치우는 데 충분했기 때문이다.



 서시에 나오는 ‘죽음’ ‘밤’ ‘부끄럼’의 어두운 상징은 한 가닥 희망의 염원을 보여주는 ‘사랑’ ‘별’ ‘주어진 길’ 등을 통해 반전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윤동주의 독백은 나라와 개인의 암울함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내면세계의 절규로 느낄 수 있었다.



 10년 전 연변 용정의 윤동주가 살던 집을 방문했을 때, 주변의 자연경관과 스산한 폐옥을 보면서 그의 시상의 출발점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제 윤동주와 같은 불우한 청년시인을 다시 만날 수 없을 만큼 번듯한 나라를 갖게 되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다만, 윤동주가 염원하던 고국의 독립이 분단의 비극으로 이어질 줄이야 어느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소년시절 그가 노래하던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은 채 환갑을 넘어서게 되었다.



 오늘 서울 관악산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오연천 서울대학교 총장



감수성 예민한 소년 시절에 만난 ‘서시’는 오연천 총장이 일생 마음을 다잡는 한마디가 되었다. 윤동주가 꿈꾸던 고국의 독립이 분단으로 이어진 아쉬움이 남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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