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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독도 외교, 일본에 할 말 더 해라

중앙일보 2014.02.03 00:33 종합 33면 지면보기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즐거운 설 연휴에 우리 정부와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작은 펀치를 주고받았다. 포문을 연 것은 아베였다. 지난달 30일 참의원 본회의 답변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를 검토 중”이라고 한 것이다. 정부는 다음날 “ICJ 제소 검토 운운 자체가 허언이고, 무의미한 짓이란 것을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일축했다.



 ICJ는 국가 사이의 법적 분쟁 해결을 맡는 유엔의 주요 기관이지만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소해도 우리가 응하지 않는 이상 ICJ가 다룰 가능성은 없다. 한국은 재판 참여를 강제하는 ‘강제관할권’ 적용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를 리 없는 아베가 ICJ 제소를 언급한 노림수는 뻔하다. 독도를 심한 분쟁 대상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 하지만 지난해 말 아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국제사회가 일본에 등 돌린 상태라 호응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아베의 시도가 국제법상 실효적 지배 주장의 근거로 남는다는 점이다. 2008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페드라 브랑카 섬 등을 두고 벌인 분쟁에서 ICJ는 말레이시아의 ‘본원적 권원’을 인정하면서도 싱가포르의 손을 들어줬다. 싱가포르가 1847년 이 섬에 등대를 지을 때 말레이시아의 항의가 없었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이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티 나는 독도 외교’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도는 우리 땅이니 괜한 싸움에 휘말릴 필요 없다는 식의 논리로는 폭주하는 일본의 왜곡 드라이브를 막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28일 외교부가 ‘제국주의의 향수’까지 언급하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하게 비판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당시 외교부 관계자는 “핵심은 아베의 면전에 ‘당신은 거짓말쟁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베 정권은 귀 기울여 듣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양심 있는 지식인들은 이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오준 주유엔 한국 대표부 대사가 유엔 안보리 공개 토의에서 일본을 강하게 비판한 것 역시 잘한 일이다. 일제의 제국주의 침탈 피해를 입은 국가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자료를 발간하기로 하는 등 민간에서도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를 방문한 것은 행동으로 직접 보여준 단호한 메시지다. 아쉬운 것은 몇 시간 전 급하게 일정이 공지돼 언론이 이 뉴스를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정부의 따끔한 목소리가 녹아 있는 뉴스를 머지않아 보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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