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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150m해저 땀흘리는 60대 그들

중앙일보 2014.02.03 00:3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달 20일 싱가포르 주롱섬 해저유류저장기지 건설 현장에서 현대건설 소속 이종성(61·왼쪽) 부장과 김재룡(63) 차장이 부분 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박종근 기자]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 하강했다. 해저 150m 가까이 도달하자 덥고 습한 기운이 몸에 달라붙는다. 트럭을 타고 임시 해저도로를 가는데 앞이 뿌옇다. 암반 발파 때 생긴 돌가루 먼지다. 10분 정도 달렸을까. 높이 27m(아파트 9층 높이), 폭 20m의 거대한 암반 굴이 나온다. 기름 저장 탱크다. 이런 게 5개 있다. 현대건설 이종성(61) 부장과 김재룡(63) 차장의 눈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노인이 행복한 나라
건강·전문성 갖춘 6074세대
"은퇴 뒤 일하지 않는 게 고역"
해외 취업·봉사 진출 지원을



 지난달 20일 싱가포르 동남쪽 주롱섬 해저유류저장기지 건설 현장. 전광판에는 산소·일산화탄소 등의 수치가 초 단위로 나타난다. 약간만 이상이 있어도 호흡 곤란에 빠지거나 폭발할 수 있다. 이 부장은 누유(漏油)나 기름 반출·반입 등의 계측 장비 담당인데 설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각종 철골구조물은 김 차장의 손을 거쳐야 안전을 담보한다. 이 부장은 “암반을 발파할 때는 앞이 안 보여 몇 번이고 작업을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28년 간 다닌 현대건설을 2006년 정년퇴직 후 특채돼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싱가포르로 왔다. 이 부장은 “산업화를 겪은 우리에게 은퇴 후 일하지 않는 게 오히려 큰 고역”이라고 말한다. 김 차장은 “우리에겐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현장 기술이 있다”며 “나이에 상관없이 회사에서 인정해주니 그게 좋다”고 말했다.



 은퇴 후 해외로 나가는 뉴실버(60~74세, 젊은 노인 지칭)가 늘고 있다. 경험을 살려 일을 계속하거나 개도국에서 봉사의 삶을 산다. 건강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뉴실버가 만든 변화다. 해외 취업은 건설·해운·기술자문 등의 분야에 많다. 본지가 해외건설 누적수주 1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2일 현재 60세 이상 해외 근무자는 497명이었다. 김종성 해외건설협회 인력센터장은 “ 플랜트 수주가 늘면서 숙련된 60대 엔지니어의 수요가 늘었다. 70대가 나갈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배를 타는 뉴실버는 2439명으로 2006년의 2.5배다(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통계, 2012). 해외 봉사도 뉴실버의 자랑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 김숙(62·여·전직 초등학교 교장)씨는 파라과이 초등학교에서 음악·미술을 가르친다. 김씨는 “백색 도화지 상태의 애들에게 조금만 가르쳐도 쏙쏙 들어간다. 한국에서보다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본지가 코이카의 60세 이상 봉사단원 4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9명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이창호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항공료·체재비 등은 공적개발원조(ODA)가, 해외 진출 국가와 프로그램은 NGO가 맡아서 대기업의 은퇴자가 해외로 나가게 지원하자”고 말했다.



싱가포르=정종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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