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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의 따뜻한 잔소리 "규혁 오빠, 아름다운 끝이란 …"

중앙일보 2014.02.03 00:29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규혁이 자신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을 앞두고 절친한 후배 장미란으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이규혁이 2일 소치 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소치=뉴시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경기를 끝낸 뒤 바벨을 매만지는 장미란(사진 위). [중앙포토]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베테랑 이규혁(36·서울시청)이 마지막 올림픽을 앞두고 ‘역도 여왕’ 장미란(31)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았다. 이규혁은 지난달 25일 전지훈련을 위해 네덜란드 헤렌벤으로 출국한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을 보내고 홀로 국내에서 지냈다. 그는 지난달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도중 허리를 다쳤다. 귀국 후 5일간 병원에 입원했던 이규혁은 기본 스케이팅 훈련과 재활 치료를 병행해 왔다.

은퇴 선배가 전한 마지막의 조건
"바벨 무겁다는 현실 인정하니
런던 올림픽 때 마음 편해졌죠"
이규혁 "덕분에 집착 버렸어요"



 이규혁은 지난달 27일 태릉선수촌 근처에서 짬을 내 장미란과 점심 식사를 했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둘은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함께했던 태릉선수촌에서 꾸준하게 친분을 쌓아 왔다. 모처럼 이규혁과 만난 장미란은 “올림픽을 앞둔 오빠를 위해 이야기를 잘 들어 드리겠다”면서 멘토를 자처했고, 이규혁은 편하게 자신의 올림픽 준비 과정을 털어놨다. 이규혁은 “요즘 들어 스케이트를 타면 코너를 돌 때 밸런스가 무너지는 상황을 많이 겪는다. 언젠가부터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스스로 찾았다. 하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했던 장미란의 상황도 비슷했다. 장미란은 2010년 1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후유증 때문에 허리·어깨 통증을 달고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해야 했다. 그는 “예전만 해도 거뜬히 들 수 있던 무게의 바벨을 들지 못할 때 눈물이 났다”며 이규혁의 어려움을 공감했다.



 그러면서 장미란은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를 전수했다. ‘내려놓기’였다. 장미란은 “그때 내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세월이 흘러서 어쩔 수 없이 생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역도 여자 +75㎏급에서 장미란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4위에 올라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이규혁은 “미란이가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겉으로 경기력에 연연하지 않겠다 해도 속으로는 안 그럴 때가 더 많았다. 미란이가 말해준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그는 “미란이가 바쁜 시간에도 나를 위해 밥도 같이 먹고, 밥값도 조용히 따로 내더라. 평소에는 잔소리가 심한 친구인데 따뜻한 잔소리 덕분에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한 이규혁은 여섯 번째 올림픽에서 처음 개회식에 참가한다. 컨디션 조절 때문에 개회식에 한 번도 못 갔던 그는 소치 올림픽 개회식에 한국 선수단 기수로 선정됐다. 1일 오후 소치에 도착한 이규혁은 “선수로서 스케이트를 타는 시간은 열흘 남짓밖에 안 남았다. 내가 최선을 다해 준비할 시간도 그만큼만 남았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나를 비우고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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