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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스타 키워라 … 연예 기획사 차린 중국 정부

중앙일보 2014.02.03 00:22 종합 22면 지면보기
“오늘 밤엔 신발을 벗고 노래하겠어요. 과감해질 필요가 있으니까요.”


시진핑의 소프트파워 야심
경제 5개년 계획 주요 프로젝트
CC-TV 해외 방송 조직도 확대

 자루한(賈茹涵·31)이 지난달 말 미국 밴드 이디슨과 중국 상하이 합동 공연 전에 한 다짐이다. 중국 명문 음대인 상하이음악학원과 뉴욕주립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자루한은 ‘어스 뮤직(Earth’s Music·중국명 大地之音)’이 배출한 1호 가수다. 어스 뮤직은 중국 정부가 세계를 뒤흔들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해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중국이 12차 경제 개발 5개년(2011~2015) 계획의 주요 목표로 삼은 문화산업 진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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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루한은 현재 무대 매너를 집중 훈련받고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목표이지만 생활은 수험생에 가깝다. 술과 담배는 생각도 할 수 없다. 휴식 시간도 없이 훈련에 집중한다.



 중국 정부는 자루한의 앨범 제작비와 트레이닝 비용, 연습 공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왜 그가 어스 뮤직 1호 가수로 선택됐는지를 분명하게 밝히진 않았다. 자루한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정부가 원하는 국가 이미지와 맞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 문화가 강한 남성 이미지라면 중국 문화는 햇살 같은, 샤넬을 입은 우아한 여성 이미지”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자루한의 성공은 소박한 편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의 팔로어는 50만 명이 넘지만 1집 ‘타임 투 그로(중국명 成長)’의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자루한은 중국의 소프트파워 계획 가운데 극히 일부다.



 중국은 수년간 문화 소프트파워 전파에 매달려 왔다. 2007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이 ‘중국 소프트파워론’을 꺼낸 이후 ‘문화 강국 중국’을 브랜드화하려는 계획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왔다. 이런 노력은 종종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소프트파워 개념의 주창자인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 교수는 “중국이 소프트파워의 개념을 오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정되고 자유로운 시민사회 없이 국가가 억지로 호감도를 키울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런 지적에도 중국의 국가주도형 소프트파워 구축 실험은 계속돼 왔다. 문화 소프트파워를 강조해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올해도 정치국 신년 회의에서 문화 소프트파워를 꺼내 들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이야기는 제대로 전달될 것이고, 중국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파될 것이며, 중국의 특징은 제대로 설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문화 콘텐트가 담아야 할 국가 이미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도 내 놓았다. “중국은 문화적 다양성, 동양적인 힘과 좋은 정부, 성장하는 경제력과 문화적 풍요, 아름다운 산과 강을 가진 국가”로 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주도형 소프트파워 전파의 노력은 이미 무시하지 못할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관영 중앙TV(CC-TV)를 통한 전략을 눈여겨볼 만하다. CC-TV는 해외 방송과 지사를 늘려가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CC-TV 유럽 본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CC-TV 월드는 2013년 말 현재 70개 해외 지사에 직원 446명을 두고 있다. 이는 2010년 49명에서 1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직원 중 157명은 현지에서 채용된 외국인이다. 10개 해외 채널을 통해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아랍어 방송을 하고 있으며 포르투갈어 방송도 곧 시작한다. CC-TV 월드는 반서구 성향이 뚜렷한 알자지라나 러시아 해외 방송 RT(러시아 투데이)에 비해선 가치중립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2009년 출범한 CC-TV 아프리카는 중국 소프트파워 전파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아프리카 국가에 방송 인프라와 콘텐트를 공급하며 자원 외교를 위한 교두보 역할도 하고 있다.



  CC-TV가 해외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금까지 독보적이었던 BBC 월드의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 영국 가디언은 “2020년까지 해외 시청자를 2억5000만 명에서 5억 명으로 늘리겠다는 BBC 월드 계획이 CC-TV 때문에 매우 어려운 목표가 됐다”고 전했다.



전영선·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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