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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서 건축설계 봉사 63세 "내 지식 여기선 최신"

중앙일보 2014.02.03 00:20 종합 5면 지면보기
몽골 국립의과대학에서 임경일(기생충학) 특임교수가 현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임 교수는 2008년 8월 연세대 의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2011년 3월부터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사진 임경일 교수]
한국 뉴실버의 전문지식과 경험이라면 개발도상국 어디에서나 통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대학·국제구호단체 등이 길을 뚫어주면 한국의 성장 경험을 전수할 수 있다.


해외 나가 봉사하는 6074
"나를 재활용해줘서 행복하다"
설문응답자 90% "계속 할 것"

 네팔 카트만두 주택가에는 ‘시온의 집’이란 고아원이 있다. 원장은 박영례(64·여)씨. 2002년 문을 열었고 12명의 아이를 돌봤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카트만두 남쪽의 머노허리에 분원을 열어 10~13세 아이 9명을 돌본다. 봉사는 내과의사인 남편 이용만(69)씨가 먼저 시작했다. 1993년 코이카 단원으로 방글라데시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했고 지금은 네팔에서 환자를 돌본다. 이씨 부부는 “한 아이는 의대를 졸업한 뒤 한국 포항의 한 병원에서 연수를 하고 돌아와 6개월 전 의사와 결혼했다”며 “애들이 자리 잡는 걸 보면 한없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현재 코이카의 뉴실버 해외 봉사단원은 119명이다. 공공행정·교육·농림수산·보건·기타 등 5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안창수 코이카 운영팀장은 “해외봉사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뉴실버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본지는 11개국에 나가 있는 코이카 뉴실버 봉사단 41명(남자 37명, 여자 4명)을 e메일 설문조사 했다. 응답자들은 ‘대한민국을 평가해줄 때(14명)’나 ‘고마움을 표할 때(13명)’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을 하다 퇴직 후 2011년부터 필리핀에서 홍수관리 자문을 하고 있는 박융성(63)씨는 “해외봉사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국립폐질환센터에서 봉사 중인 이재홍(62·임상병리사)씨는 “환자에게 ‘살라마포(감사합니다)’란 말을 들을 때 벅찬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를 하면 노년의 건강도 좋아진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해외봉사를 시작한 후 ‘매우 건강해졌다’고 답한 단원이 11명, ‘조금 건강해졌다’는 7명, ‘변함 없다’는 20명이었다. 또 해외봉사 활동을 연장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다시 활동하겠다는 응답이 절대 다수(37명)를 차지했다. 한 대학에서 건설 관련 업무를 맡다 퇴직한 김명규(63)씨는 현재 몽골 울란바토르의 도시건축부에서 건축 설계 자문을 맡고 있다. 김씨는 “몽골에선 한국의 중고차 인기가 좋다”며 “내 지식이 한국에선 중고지만 여기에선 최신 지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의사만큼 개도국에서 환영 받는 분야도 없다. 2008년 연세대 의대(기생충학 교실)에서 정년 퇴임한 임경일(71)씨는 몽골 국립 의과대학 특임교수가 돼 3년간 학생을 가르치면서 큰 선물을 남겼다. 『인체 기생충학』이라는 교과서를 만든 것이다. 임 교수는 “불모지대에 내 머릿속에 든 것을 놓고 왔다”며 “나를 재활용해줘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로 기생충학자인 민득영(73) 을지의대 석좌교수도 2008년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1년에 두세 달 머물며 기생충 박멸을 돕는다.



 단기 봉사를 갔다가 눌러앉은 경우도 있다. 35년간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한 이윤숙(63·여)씨는 2009년 2월부터 국제구호 비정부기구(NGO)인 코피온 봉사단원으로 중국에 나갔다가 네팔을 거쳐 필리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씨는 5년 더 해외봉사 활동을 해서 ‘10년 해외 봉사’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



이창호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럽의 은퇴자들은 아프리카에서 NGO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활발히 한다”며 “전문직 은퇴자들이 건축·경영지도·유통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봉사나 취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김혜미·정종문 기자



◆코이카 시니어 봉사단=50세 이상, 10년 이상의 한 분야 경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2년간 세계 각지로 파견된다. 보수는 따로 없고, 일정액의 생활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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