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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사, 주지사 협박 사건 … 힐러리 대선 가도에도 불똥

중앙일보 2014.02.03 00:20 종합 20면 지면보기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동해 병기 법안과 아무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간 큰 주미 일본대사 탓에 엉뚱한 피해를 보게 생겼다.


버지니아주 동해 병기 표결
"주지사, 클린턴 측근" 공방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52·사진) 주미 일본대사는 버지니아주 의회가 동해 병기 법안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26일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중앙일보 워싱턴지사가 단독 입수한 이 편지에서 사사에 대사는 “일본은 버지니아주에 지난 5년간 10억 달러(약 1조700억원)를 투자해 외국인 직접 투자에서 둘째로 큰 규모”라며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버지니아에 대한 일본의 친밀감이 저해될까 우려된다”고 적었다. 편지의 영향 때문인지 주지사 선거운동 당시 동해 병기 법안을 지지한다고 했던 매컬리프 주지사는 같은 당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은밀히 참모들을 보냈다. 그 결과 하원 교육위 소위 투표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 표를 던졌다. 다행히 공화당 의원들이 찬성 표를 던져 동해 병기 법안은 5 대 4로 소위를 통과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워싱턴포스트는 1월 30일자 1면 기사로 동해 병기 법안을 놓고 버지니아주의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대사가 주지사를 면담하고, 대형 로펌을 로비스트로 고용해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등 매컬리프 주지사가 일본의 로비에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나섰다. 제이슨 정 아시아·태평양계 담당 홍보국장은 3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인 매컬리프 주지사가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힐러리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컬리프는 클린턴 부부의 오랜 후원자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간 싸움으로 판이 커진 셈이다.



 지난달 버지니아주 상원을 이미 통과한 동해 병기 법안은 3일 하원 교육위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사사에 대사는 1월 29일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언급하던 중 “미국은 어느 나라가 우방이고 문제 국가인지 분명히 밝혀라”고 주장해 또 한 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1951년생인 사사에 대사는 74년 일본 외무성 관료로 출발해 40년 동안 외교 일선에서 뛰어온 베테랑 외교관으로, 아시아·대양주국장을 지내 독도·동해 문제 등에 정통하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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