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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번지는데 무슨 차례상 …" 타미플루 먹고 3교대 방역

중앙일보 2014.02.03 00:07 종합 12면 지면보기
1일 전북 고창군 AI 방역 초소에서 공무원들이 차량 소독 증명서를 건네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설 연휴인 지난 1일 오전 8시 전북 고창군 성내면 도로변의 조류 인플루엔자(AI) 방역 초소. 고창군청 소속 공무원 유정미(37)씨가 도착해 흰색 방제복으로 갈아입었다. 전날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근무한 전임자와 교대를 하는 것. 유씨는 “8살, 5살 두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달려오는 길”이라며 “전날 설 차례상 역시 신경도 못 썼다”고 말했다.


설 연휴 사라진 AI 현장
공무원·군인·경찰 2000명 작업
음성·정읍 추가 감염 의심 신고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설이지만 방역 담당자들에겐 설이 없었다. 하루 8시간씩 3교대 근무를 하며 연휴를 지냈다. 독감 백신을 먹고,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계속 먹어가며 방역 작업을 했다. 설이라 귀성 차량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었다. 지나는 차량을 일일이 붙잡고 협조를 부탁했다. 축산 차량은 차문을 열고 차량 내부까지 소독했다. 혹시나 AI에 걸린 철새 분비물을 발에 묻혀가지 않나 해서다.



 점심 시켜 먹기조차 만만치 않았다. 설이라 문을 연 식당이 별로 없었고, 귀성 차량 행렬 때문에 일 또한 바빴다. 상당수 방역 담당 공무원들은 초소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컵라면과 초코파이로 끼니를 때웠다. 역시 성내면에서 방역 작업을 한 지영균(43·고창군청)씨는 “아무 사고 없이 빨리 봄이 와 AI가 물러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AI가 처음 발생한 전북에선 설 연휴 기간 군인·경찰을 포함해 매일 2000여 명이 투입돼 이 같은 방제 작업을 펼쳤다. 전북도청에선 연휴 기간에 혹시 AI가 확인돼 살처분을 할지 몰라 100여 명이 비상대기했다.



 설이 사라진 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30일 밀양시 토종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경남도는 연휴 동안 닭·오리 약 1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밀양시청과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소속 250명은 연휴를 반납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살처분과 교통 통제에 매달렸다. 점심은 컵라면으로 때웠다. 외부에 나가 점심을 먹기엔 시간이 부족한 데다 혹시나 식사를 위한 출입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작업을 지휘한 안영진(58)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일손이 모자라 점심을 건너뛴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설 연휴 들자마자 방역 교통통제 초소를 세우고 소독·살처분에 들어갔다. 이 지역 양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교통통제 초소 설립은 비가 오는 31일 밤에도 계속됐다. 화성시 박상율(53) 축산정책팀장은 “비는 둘째고, 연휴 때문에 초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기자재와 소독약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며 “이리저리 수소문해 결국 경기도 오산에서 자재를 구해왔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총력을 펼쳤으나 AI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충북 음성 오리 농장과 전북 정읍 토종닭 농장에서 AI 감염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음성 농장은 지난달 29일 고병원성 AI로 최종 확인된 충북 진천오리 농장에서 4㎞ 떨어진 곳에 있다. 이날까지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농장은 총 37곳이며, 예방적 살처분 농장을 포함해 106개 농가의 닭·오리 250만3000마리를 살처분했다.



고창=장대석 기자, 밀양=황선윤 기자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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