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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마지막 힘 대결

중앙일보 2014.02.03 00:07 경제 7면 지면보기
<본선 본선 16전> ○·김지석 9단 ●·판윈러 4단



제9보(107~119)=토너먼트란 패배하면 바로 끝이지요. 형세의 윤곽이 ‘백 우세’로 선명히 드러나면서 흑을 쥔 판윈러 4단의 심리상태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행여 그릇이 깨질세라 조심하던 초반과 달리 그는 지금 두려운 게 없는 청년이 됐습니다. 핑계만 있으면 물어뜯을 준비가 된 거지요. 109, 111의 강수가 그래서 등장합니다. 김지석 9단이 던진 백△는 적진 삭감을 위해 흔히 두는 수지만 판윈러는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겁니다.



 109로 붙일 때 판윈러는 ‘참고도1’ 백1의 양보를 기대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물러서면 흑도 더 이상 볼 일은 없으므로 A로 막아두거나 B로 잡았을 겁니다. 김지석은 그러나 여기서 승부의 쐐기를 박기로 결심하고 110 젖혔고 흑은 수의 성립 여부를 떠나 109의 체면을 봐서라도 111 끊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12, 114는 좀 노골적이지요. 행마의 맥은 아닙니다. 보통은 ‘참고도2’ 백1로 그냥 늘고 나서 4로 막으면 5, 7로 돌파하는 게 상식이지요. 하지만 막상 이 싸움은 백도 리스크가 너무 커서 김지석은 C의 탈출로를 확보해 둔 겁니다. 유리한 바둑이니까 걱정 없이 싸우자는 뜻도 있겠지요. 이런 몸싸움은 일반 팬의 바둑에선 그대로 승부를 가름하곤 합니다. 몸싸움은 힘이 좋아야 잘하는데 그 ‘힘’이란 게 바로 바둑 실력을 말하는 거지요. 프로 세계도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바둑의 마지막 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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