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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2m 시추 기술 … 구글도 지갑 열었다

중앙일보 2014.02.03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방의 중소기업이 해외 ‘골리앗’과 겨뤄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기술이라고 생각했어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고·최초의 연구개발에 올인했지요.”


한진디엔비, 세계기록의 6배 더 파
820억 투자 받아 지열발전소 건설

 바위를 뚫고 지하 3502m를 시추하는 데 성공한 ㈜한진디엔비의 인석신(58·사진) 회장은 “혁신적 기술로 해외 업체들의 코를 납작하게 누르겠다는 꿈을 이룬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3502m 시추 기록은 스웨덴 회사의 기존 608m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시추 속도도 기존보다 15배 높였다. 땅속 물 온도(섭씨 98도)를 확인한 것은 더 큰 의미가 있다. 비화산지대에서도 365일, 24시간 운전할 수 있는 심부지열(深部之熱)발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광주시 유덕동 하수처리장에서 시연회를 본 미국 심부지열 분포지도 제작자인 블랙웰 교수 등 전문가들은 “지하 굴착 기술의 새로운 혁명”이라는 평가를 했다. 세계적 정보기술(IT)기업 구글의 자회사인 알타락사는 820억원을 투자해 광주에 심부지열발전소를 짓자는 협약서도 체결했다.



 인 회장이 이 회사를 창업한 것은 1998년. 뛰어난 손재주를 살려 20대 후반 중장비 수리점을 차렸다가 굴착 수요가 느는 것을 보곤 시추 기계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 아이템에 꽂히면 몇 날이고 밤을 새우면서 연구에 몰두한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물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낀다”고 털어놨다. 직원들에게도 퇴근 이후에 4시간씩은 공부하라고 주문한다. 연구개발 덕에 이 회사는 국제특허를 한 해 10~20개 출원한다. 한진디엔비는 신규 굴착기계 판매 세계 1위다. 매출은 2011년과 12년 각각 400여억원씩을 올렸다. 지난해 광업경기 침체로 160억원대까지 감소했지만, 올해엔 3500m 시추가 알려지며 해외 주문이 몰려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



 인 회장은 “국내 심부지열법이 정비가 안 돼 이 기술을 활용한 발전소 건립이 늦춰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 기술이 상용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기자



◆심부지열발전=지하 3~5㎞를 시추해 관정에 물을 주입하고, 뜨거워진 물을 끌어올려 발전과 난방을 하는 기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365일, 24시간 운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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