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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보' 주의보

중앙일보 2014.02.03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레노보가 휴대전화의 ‘원조’ 격인 모토로라까지 집어삼켰다. 레노보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스마트폰 사업부를 29억1000달러(약 3조1195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서 3조에 모토로라 인수
단숨에 스마트폰 시장 3위로
30년 전 검문초소에서 창업
거센 M&A, 애플·삼성 위협

 레노보의 ‘진격’은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불과 엿새 전인 지난달 23일엔 미국 IT업체 IBM으로부터 서버사업 부문도 전격 인수했다. 특히 레노보는 구글이 지난 2012년 5월 모토로라를 인수할 때 들인 125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의 4분의 1 가격에 모토로라를 손에 넣게 됐다. 모토로라 인수로 자금 사정이 빡빡해진 구글을 상대로 스마트폰 관련 특허 1만7000여 건을 포기하는 대신, 인수 가격을 대폭 후려치는 절묘한 협상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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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레노보는 스마트폰·태블릿뿐 아니라 PC·스마트 TV, 서버 사업까지 IT 전 부문에서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삼성·LG와 비교해 볼 때도 뒤질게 없는 ‘IT 공룡’이 된 셈이다. 업종별로 살펴봐도 지난해 PC 시장 세계 1위에 오른 데 이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세계 3위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이미 ‘레노보-모토로라 연합’은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6~6.2%(시장조사업체 SA 기준)를 확보했다. 같은 중국 업체인 화웨이(5.1%)뿐만 아니라 LG전자(4.8%)까지 제치며 3위로 올라선 것이다.



 레노보는 사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주택가 차고에서 탄생한 것처럼 허름한 벽돌 건물에서 출발한 벤처기업이다. 중국과학원 컴퓨터연구소 출신인 창업자 류촨즈(70·柳傳志)는 1984년 동료 10명과 함께 당시 연구소 검문 초소로 쓰였던 23㎡(약 7평)짜리 허름한 건물에서 자본금 20만 위안(현재 환율 기준 약 3500만원)으로 타자기 생산 업체를 차렸다.



 레노보는 M&A를 마치 축지법처럼 활용해 급성장했다. 특히 2005년 IBM의 PC사업부 인수가 결정적인 도약판이 됐다. ‘레노보가 IBM을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업계의 우려가 이어졌지만, 결국 인수 8년 만인 지난해 말 시장점유율 16.9%로 휴렛팩커드(16.2%)를 제치며 세계 1위 PC 제조사로 성장했다.



 2012년 9월에는 브라질 가전업체 CCE를 인수해 현지 시장 점유율을 7%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또 같은 달에는 클라우드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스톤웨어’도 인수했다. 문송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레노보는 1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과감한 M&A를 통해 글로벌 PC 제조업체로 거듭났으며 ‘씽크패드’라는 IBM 브랜드와 중국 내 저비용 구조를 결합해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레노보의 모토로라 인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에 직접적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양위안칭(楊元慶·50) 레노보 회장은 2일 “2015년까지 레노보와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판매량 목표는 총 1억 대”라며 “우리의 과제는 애플과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공언했다. 당장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레노보는 삼성과 양자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이미 레노보는 지난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량 1080만 대(13.6%)로 삼성(21.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내 IT업계에선 레노보가 자사 브랜드(레노보)로는 중저가 위주의 신흥국 시장을, 모토로라 브랜드로는 미국·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양면작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전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레노보와 모토로라, 두 회사의 합병이 가져올 파급력은 예측이 힘들 정도로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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