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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2월 '동백'

중앙일보 2014.01.31 00:01 4면
여수 앞바다 거문도 오솔길에 떨어진 동백꽃


봄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겨울은 아직 남아있고 봄은 채 소식이 없지만, 2월 달력을 보면서 우리는 막연히 봄을 생각합니다.

동백, 봄을 기다리는 붉은 마음



2월에 가장 흔한 꽃은 동백입니다. 11월부터 4월까지 피는 꽃이지만, 하여 겨울에 피는 동백(冬柏)과 봄에 피는 춘백(春柏)을 나눠 부르는 이도 있지만 2월은 동백으로 인하여 색깔을 입습니다. 잿빛 산하에서 홀로 붉기 때문입니다.



동백꽃은 유난히 빨갛습니다. 선명하고 강렬해 두고두고 인상에 남습니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이미자 ‘동백아가씨’ 중에서)’라는 청승맞은 유행가가 오랜 세월 불리는 까닭입니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습니다. 하여 나비도 벌도 내려앉지 않습니다. 대신 이 유난한 붉은 색으로 새를 유혹합니다. 동백나무 가지에 앉아 꿀을 빨아먹고 다른 동백나무에 앉아 꽃가루를 옮기는 새가 있습니다. 동백나무의 새여서 이름도 동박새이지요.



2월 중순이 지나면 남도의 동백꽃은 벌써 집니다. 동백꽃은 어느 날 문득 떨어집니다. 꽃이 시들기도 전에 가지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동백꽃을 두 번 피는 꽃이라고도 합니다. 한 번은 가지에서, 다른 한 번은 땅바닥에서 핀다고 하지요. 송찬호 시인이 땅바닥에 핀 동백꽃을 보고서 ‘떨어져 뒹구는 노래가 되지 못한 새들’이라고 노래한 적도 있습니다.



어느 2월 이른 아침 여수 앞바다 거문도에서였습니다. 동백나무 우거진 오솔길은, 지난 밤 떨어진 동백꽃으로 소복했습니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길바닥을 뒹구는 동백꽃을 밟고 말았습니다. 아직 마르지 않은 꽃송이를 밟았을 때, 발바닥에서부터 타고 올라온 감각을 잊지 못합니다. 아찔하고 슬펐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지금의 마음도 이러하겠지요.



글·사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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