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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로펌이 달려갑니다

중앙일보 2014.01.29 00:02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24일 오후 2시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공익활동위원회 소속 서승원 변호사(왼쪽)와 재단법인 동천의 김연주 변호사가 중국동포에게 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다.

지난 23일 정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태평양. 점심시간인데도 나천수 대표 변호사 등 변호사 16명이 17층 대회의실로 모였다. 내로라하는 변호사들 앞에 놓인 건 김밥 한 줄과 생수 한 통. 앉자마자 회의가 시작됐다. “2014년 저희 난민 분과위원회는 올해 외국인 보호소 실태조사가 끝나는 대로 기획소송을 준비해보려 합니다.”

 매월 열리는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월례 ‘김밥미팅’의 모습이다. 이 날은 공익위의 지난해 안건과 올해 계획 등을 점검하며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이경환 변호사는 “참석자 대부분이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2011년부터 ‘김밥 월례회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 전인 22일, 이 변호사는 오전 7시에 출근했다. 오전 10시로 선고가 예정된 담당 사건(금융 관련) 서류부터 검토를 시작했다. 선고가 나오자 의뢰인과 결과에 대해 검토·분석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들어온 이 변호사는 ‘직장 내 성폭력 예방 매뉴얼’의 초고를 작성했다. 여성인권진흥원에서 자문을 의뢰한 작업이다. 그러는 사이사이 소송 의뢰인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변호사는 “본업을 제쳐두고 공익활동을 할 순 없어 동시에 하다보면 밤새는 날이 숱하다”고 말했다. 매뉴얼 초고 작성에는 5시간이 걸렸다.

 이 변호사는 이외에도 두 건의 공익 소송을 맡고 있다. 2010년 7월 있었던 해병대 운전병 성추행 사건 재판과 한국으로 도망온 우간다 남성의 난민 지위 신청도 돕고 있다. 이 변호사는 “처음엔 다들 ‘태평양이 난민 사건까지 하고 많이 힘든가보다’ 했는데 이제는 달리 본다”며 “평소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로펌에서도 장려해줘 적극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오후 11시를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대형 로펌들이 적극적으로 공익활동에 나서고 있다. 공익활동이 변호사들의 개인적인 관심 수준을 넘어 로펌 차원으로 한 단계 발전해 체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로펌의 공익활동은 ‘선언적’ 활동에 불과했다. 참여연대가 2003년, 2004년 두번에 걸쳐 각각 변호사 10인 이상 로펌 32곳과 3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지만 설문응답률 자체가 미미했다.

 공익 활동의 질도 달라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변호사법에 규정된 의무 시간을 채우는 것에서 로펌 단위로 조직적,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유지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각 로펌마다 공익위원회나 아예 별도 법인을 만들고 전담 변호사까지 두는 추세다. 무료 변론·상담도 한센병 환자나 난민·장애인·여성 등으로 특화되고 있다. 또 법률 전문가로서 무료 변론, 법률 자문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회, 연탄 나르기, 청소년 멘토 등 봉사를 실천하는 쪽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로펌은 태평양이다. 태평양은 2002년 공익위를 만들어 비공식적으로 해오던 공익활동을 체계화했다. 공익위는 현재 난민 분과위, 장애인 분과위 등 6개 분과위로 나눠 ▶공익소송 대리 ▶법률자문 ▶강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엔 공익활동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재단법인 ‘동천’을 설립하면서 공익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김앤장도 지난해 5월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를 출범하고 상근변호사를 배치시켰다. 화우도 2012년 5월 로펌 내에 공익위를 출범시켰으며, 2011년 로고스의 ‘희망과동행’, 지난해 원의 ‘선’, 올해 초 율촌의 ‘온율’ 등 공익법인 설립도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펌의 기업화가 이런 추세 조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재단법인 동천의 양동수 변호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변호사들이 관심이 있어도 봉사활동하듯이 개별적으로 했다”며 “로펌들이 급속히 대형화·기업화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처럼 체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노진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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