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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뜨니까 닭고기 나오네"…군대 급식 괴담, 확인해보니

중앙일보 2014.01.26 18:34
“어, 이거봐.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뜨니까 바로 닭고기가 나오는군.”



19일 국방부 점심 메뉴에 닭찜이 올라오자 누군가 던진 말이다. 마침 17일 전북 고창에서 AI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AI나 구제역 소식이 전해질 때면 이와 관련된 ‘무용담’ 혹은 ‘괴담’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대개 이런 전개다.

‘어느 날 식사에 예정에 없던 닭튀김이 수북하게 나왔다. 환호하며 마구 가져다먹었는데 취사병은 실실 웃으며 닭튀김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날 밤 TV 뉴스에선 AI 발생 소식이 보도됐다.’



군대 급식 괴담은 AI나 구제역이 터지면 군이 값싸게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대량구입 한다는 것이 요지다. 축산 농가의 파산을 막기 위한다는 그럴 듯한 명분도 추가되기 때문에 그럴 듯 하다.



실제로 AI가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보도가 나온 26일 포털사이트에서 ‘군대’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단어를 검색해보면 괴담이 쏟아져 나온다.



“예전에 군대 있을때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매끼 닭고기를 먹었던걸 생각해보면 추억이 아릇하네요.” “ 제가 근무할 때도 조류 인플루엔자, 돼지 역병 때마다 고기 실컷 먹었거든요..ㅠㅠ” “조류독감 때 닭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었어요. 그 때 군대에서 그 닭을 많이 사갔는데…”

남자친구가 군 복무 중이라는 한 여성은 “이러니 힘있고 ’빽‘있는 집 자식들은 군에 안 가지요”라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괴담이 맞을까. 우선 17일 전북에서 AI가 발생했다는 보도 이후 장병들의 식판 위에 정말로 닭ㆍ오리가 수북하게 쌓였을까. 육ㆍ해ㆍ공군에서 한 부대씩을 무작위로 골라 AI 발생 전ㆍ후로 2주치 메뉴를 비교해봤다. 결과는 괴담과 달랐다.



경북의 육군 A부대의 장병들은 17일(AI 발생일) 이전 2주동안 닭ㆍ오리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8차례 먹었다. 17일 이후로는 7차례다. 즉, AI 발생 후 오히려 조류가 들어간 음식은 적게 나왔다.



경남에 배치된 해군 B부대도 마찬가지. 17일 전후로 각각 6차례, 7차례가 나왔다. 경북의 공군 C부대는 각각 9차례, 6차례로 AI 발견 후 오히려 조류 메뉴가 34% 감소했다. 이같은 수치는 AI가 발생한 1월 전 후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이나 2월도 닭ㆍ오리가 메뉴에 등장한 횟수는 14~16회다.



시중의 AI 관련 군대 급식 괴담에 대해 국방부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의 급식 규정은 식재료 단가 협의 결과에 따라 매년 12월에 결정된다”고 말했다. AI 발생이 확인되기 전에 결정됐다는 얘기다. 규정에는 각 음식재료의 하루 제공량과 연 제공량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올해 군에서 삼계탕은 연 3회 제공되며 양은 1회 500g으로 규정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의 여건이나 경제성을 고려해 급식 메뉴를 바꾸려면 참모총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데 어느 참모총장이 AI 방역 기간 동안 닭고기를 갑자기 늘리라고 하겠느냐“며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같은 괴담을 막고자 군은 21일 ‘군 장병 급식은 AI와 관련해서 안전합니다’라는 보도 자료를 내기도 했다. AI 관련 식재료 검사인원을 2명에서 4명으로 늘리고, 닭ㆍ오리고기는 농협과 협조해 AI 발생 이전에 도축되거나 AI 안전지역에서 도축된 것만 사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AI에 전염된 닭ㆍ오리라도 75℃에서 5분 이상 익혀먹으면 유해하지 않다’는 의료계 분석을 인용해 ‘군은 닭고기나 계란은 100℃이상 온도에서 가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AI 관련 장병들의 괴담이 터무니없이 꾸며낸 것일까. 왜 이런 괴담이 떠돌게 된 것일까.

육ㆍ해ㆍ공군이 제공한 월별 급식표를 확인해 본 결과 오해를 살만한 이유도 있었다. 하루에 닭고기를 2차례 먹게 될 때다. 공군 C부대의 장병들은 23일 점심에 닭순살피망볶음을 먹은데 이어 저녁에는 치킨버거를 먹었다. 육군 A부대도 마찬가지. 28일 식탁에는 치킨버거(아침)와 닭강정(점심)이 오를 예정이다. ‘매 끼마다 닭고기를 먹었다’는 생각을 가질만한 부분이다.



군 관계자는 “AI가 항상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침에 치킨버거 점심에 닭강정을 먹는다는 걸 일일이 따지고 확인할 병사가 어디있겠냐”면서도 “매일 메뉴를 다르게 구성해야하고 매월 사용해야하는 식재료의 양이 정해져있다보니 부득이하게 이같은 경우가 간혹 생긴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진성준 의원(민주당) 측은 “AI 기간 동안 군이 닭고기를 더 많이 먹게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이라면서도 “민감한 시기만큼 군이 메뉴 배정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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