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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대표 샛별 20명 새로운 예술을 논하다

중앙선데이 2014.01.25 17:16 359호 13면 지면보기
1 제1회 프루덴셜 아이 어워즈 최종 우승을 차지한 호주 작가 벤 퀼티. 2 설치부문에 참여한 이재효 작가의 작품 3 조각부문에서 우승한 심승욱 작가와 그의 작품 ‘Construction-Deconstruction’4 사진부문에 참여한 임채욱 작가 5 조각부문 후보에 오른 지용호 작가의 신작 ‘F.O 1-4’
‘글로벌 아이(Global Eye)’는 아시아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시회와 출판물 등 재능을 발휘할 플랫폼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으로 유명한 패럴렐미디어그룹의 데이비드 시클라티라 회장은 미술사를 전공한 부인 세레넬라의 영향으로 20여 년 동안 현대미술 후원자를 자처해 왔다. 2008년 한국에서 개최한 골프 투어 때 초대받은 한 전시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것이 이 행사의 모태가 됐다. 2009년 영국의 사치 갤러리와 협업한 ‘코리안 아이’전은 2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며 엄청난 화제가 됐다. 이후 두 차례 더 ‘코리안 아이’를 기획했고, 이어 인도네시안 아이(2011)와 홍콩 아이(2012), 말레이시안 아이(오는 3월 예정) 등 프로그램을 아시아로 확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서 열린 제1회 ‘푸르덴셜 아이 어워즈’

1월 18일부터 2월 5일까지 싱가포르 선텍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프루덴셜 아이 어워즈’는 보다 광범위한 행사다. 회화·조각·설치·미디어아트·사진 5개 부문에 걸쳐 아시아 전역에서 선발된 20명의 작가가 공동 전시회를 열고 각 부문 우승자와 최종우승자를 가리는 축제다. 후보자들의 작품은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 Skira를 통해 한정 출판물로 발행되고, 전체 우승자에게는 사치 갤러리에서 개인전 기회까지 주어지니 신인 작가들로서는 환상의 등용문인 셈이다.

18일 저녁 전시 오프닝과 갈라 디너를 겸한 시상식은 입구에 레드카펫을 깔고 포토월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는 등 마치 영화제 시상식 같은 분위기로 연출됐다. 전시장에서의 칵테일 파티 후 국제 회의장으로 옮겨 데이비드 시클라티라 회장과 사치 갤러리 나이젤 허스트 대표의 환영사로 막이 올랐다. 영상을 통해 각 분야 후보자를 소개한 뒤 호명된 수상자는 단상에 올라 트로피를 받고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특별공로상을 받은 중국의 유명작가 류 샤오동도 참석해 그랑프리 시상자로 나섰고, 이탈리아 유명 가수의 축하공연까지 연출됐다.

후보자들에게 이 화려한 행사는 아직 어색해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아이 프로그램이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 작가들에게 중요한 관문이자 놀라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나이젤 허스트의 말처럼 톡톡 튀는 행사로 미술 관계자와 구매력 있는 컬렉터들의 시선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행사였다.

5만 달러의 상금을 수상한 최종우승자는 회화 부문의 호주 작가 벤 퀼티. 과감한 붓놀림으로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는 표현주의적 초상화 작업으로 이미 꽤 알려진 젊은 스타 작가다.

20명의 후보 중에는 한국 작가가 4명이나 됐다. 조각 부문에 지용호·심승욱, 사진 부문에 임채욱, 설치 부문에 이재효 작가가 참여해 심승욱 작가가 조각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코리안 아이에 두 차례나 참여했던 심 작가는 ‘Construction-Deconstruction’ 시리즈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뭔가를 만들기 위해 구축과 해체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욕망의 모순을 표현하고 있다”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한 그는 “예술가에게는 대회의 1·2등이 사실 의미가 없다. 어떤 기회를 통해 자기 작품에 대해 많은 얘기를 전달할 기회를 원하는 것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만 달러의 상금은 본인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아티스트 그룹 ‘아트 앤드 다이퍼’에 재정적 기초를 마련해 미혼모들의 자립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폐타이어를 소재로 반인반수의 다이내믹한 형상을 구현한 ‘Mutant’ 시리즈로 인기 높은 지용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기존 작업과는 정반대된 ‘Origin’ 시리즈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다양한 색깔의 전복 껍데기를 이용해 형상의 재현과 상관없는 오직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형태를 구축한 좀 더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2010년 코리안 아이에 참여했던 그는 “이벤트성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지속적으로 행사를 발전시켜 나가는 시클라티라 회장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한국 미술을 국제적인 행사로 소개해주는 그가 웬만한 한국 부자들보다 나은 것 같다”며 “트렌드라고 하면 그 방향만 바라보는 우리와 달리 자기만의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이 왔다. 전통적인 작업부터 실험적인 시도까지 한자리에 모아 보여 주는 게 의미 있는 시도 같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시클라티라 회장은 “한국이 내 아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의 원천”이라며 한국 미술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현했다. “한국 현대미술과 다른 아시아 현대미술에는 대단한 차이가 있다. 여기 전시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내가 한국 현대미술에 흥미를 갖는 부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중국이나 다른 곳의 현대 미술은 회화가 강하다. 한국은 엄청난 공예의 역사가 있다. 한국은 매우 모던한 나라면서 긴 역사를 필요로 하는 공예에 강하고, 그래서인지 미술에 사용되는 테크닉이 매우 유니크하다. 나는 한국 현대작가 작품 80점을 갖고 있고, 지 작가의 타이어 작품도 우리 집 마당에 있다. 아시아 미술 작품을 사는 걸 두고 투자 목적이 아니냐고 묻는데, 세상의 흥미로운 부분들은 경제적으로도 성공적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일이 아니라 취미다. 나는 아티스트들을 영웅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돕는 일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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