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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선 승진 수단 인식 … 검찰선 물먹은 검사장 배려로 여겨

중앙선데이 2014.01.25 23:56 359호 6면 지면보기
“법원행정처장 자리에 검사가 올 수 있나.”(대법원 법원행정처 간부)

대법관 자리 놓고 기싸움 펼치는 대법원-검찰

“이번만큼은 검찰 몫 대법관을 뽑아줘야지.”(대검찰청 간부)

지난달 중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둔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서는 정병두(53·사법연수원 16기) 당시 인천지검장이 대법관 후보가 될 거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당초 후보로 거론됐던 소병철(56·15기) 당시 법무연수원장과 길태기(56·16기) 서울고검장이 동반 퇴진하면서 다음 검찰 출신 대법관 후보에 관심이 쏠리던 터였다.

서울중앙지검장 승진이 유력했던 김수남(55) 당시 수원지검장과 정 지검장을 제외한 16기의 검사장급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자 “법무부가 미리 ‘사인’을 줬다”는 말도 나왔다.

같은 달 19일 법무부가 단행한 인사에서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정병두 지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도 “정 지검장이 ‘검찰 몫 대법관 후보’가 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검찰은 ‘검찰 몫 대법관’ 복원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63년간 검찰 출신이 대법관에 임명돼 오던 관행이 끊어졌다”며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형사사건 전문가가 대법관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3명의 대법관이 퇴임하는데 앞으로 대법원장이 원하는 대법관을 임명하려면 대통령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와 법무부 측이 검찰 출신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거란 얘기마저 들렸다.

대법원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치국물부터 마신다’는 반응이었다. 한 법원행정처 간부는 “다음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3월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 자리인데 검사 출신이 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법원조직법 42조는 대법관의 임용 자격을 ‘45세 이상의 법조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대법원장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을 구별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선 각각의 대법관을 구별해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검찰 몫 대법관, 여성 몫 대법관, 변호사 출신 대법관, 학자(교수) 출신 대법관 등으로 나누는 식이다.

검찰 출신 대법관 역시 법적 근거는 없다. 검사와 판사의 구분이 불명확했던 정부 출범 초기부터 검사 출신 대법관이 있었지만 현직 검사가 대법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 건 1964년부터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선택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양 대법원장은 25일 조희대 대구지법원장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번 제청을 앞두고 고법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 대법원장은 후보자 중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높은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연공서열과 조직 안정을 중시하는 양 대법원장의 스타일이란 거였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연수원 13기 3명과 14기 1명, 16기 1명을 후보로 추천했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성낙인 교수는 “법원장을 하다가 대법관이 못 되면 울면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며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대법관 자리를 사법부의 승진 메커니즘으로 이해하는 대법원의 인식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 대법관을 배출해야 한다는 검찰의 논리도 비판을 받는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 교수는 “검사가 형사사건 전문가라고 하지만 평생 한쪽(기소)에서 바라본 검사가 형사재판을 잘할 거란 주장은 난센스”라며 “검찰총장 경쟁에서 탈락한 검사를 대법관에 보내겠다는 건 사법부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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