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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판 오바마’ 별명 … 부모는 바텐더·청소부 출신

중앙선데이 2014.01.26 00:20 359호 12면 지면보기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24일 아산정책연구원 초청강연에서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조용철 기자
25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마르코 루비오 의원(가운데). 왼쪽은 성 김 주한 미대사. 청와대사진기자단
겨울비가 뿌린 25일 토요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청와대에서 외빈을 맞았다. 이 만남이 특별해 보인 건 휴일엔 공식 접견을 거의 안 하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다. 박 대통령을 만난 이는 미국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 방문 시 당선과 한·미 동맹 60주년을 축하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해줘 고맙다”고 했다. 두 사람은 대북 및 동북아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미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른 마르코 루비오 의원

쿠바 이민 2세인 루비오 의원은 올 43세의 초선 상원의원이다. 나이와 경륜으론 미 정계의 신참으로 불릴 만한 스펙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그것도 휴일에 만나준 건 무슨 연유인가. 그건 루비오 의원이 미 공화당의 떠오르는 스타이자 유력한 2016년 대선 주자인 까닭이다.

‘공화당의 버락 오바마’ ‘티파티의 황제’ 등 각종 찬사를 받는 루비오는 당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피 중 하나다. 최대 강점은 흑인을 제치고 최대 소수인종으로 부상한 히스패닉계의 대표주자라는 사실이다.

가난한 쿠바 이민자의 2남1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난 그는 플로리아주 토박이다. 아버지는 호텔 바텐더로, 어머니는 청소부로 일하며 어렵게 자식들을 키웠다. 이들은 1950년대 카스트로의 박해를 피해 미국에 왔다. 루비오는 히스패닉, 특히 쿠바 난민들의 천국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이 지역 토박이다. 학교도 플로리다대를 졸업하고 마이애미대 로스쿨을 마쳤다. 경제적 어려움에 학자금 10만 달러를 빌려 로스쿨 졸업 후 16년 만에 갚았다.

변호사가 된 루비오는 정치에 뜻을 두게 된다. 그리하여 28세에 주 하원의원에 도전, 당당히 승리한다. 성실한 성격의 루비오는 주 하원 입성 뒤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엔 주의회 하원 의장으로 선출됐다. 36세 때였다. 정치적으로 탄탄대로를 걷게 된 그는 더 큰 꿈을 꾸게 된다. 2009년 멜 마르티네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 사퇴하자 출마를 선언한다. 그는 당내 경쟁후보에게 지지도에서 10% 이상 뒤졌으나 맹렬한 추격전 끝에 공천권을 따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경쟁후보는 선거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 그를 난관에 빠뜨린다. 결국 민주당 경쟁자에다 공화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까지 나선 힘겨운 3파전에도 불구하고 루비오는 득표율 48.9%로 당선돼 주변을 놀라게 했다.

루비오는 워싱턴 정가에 진출한 뒤에도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2012년 9월 공화당 정당대회에서 한 인상적인 연설이 계기가 됐다. 그는 “바텐더로 하루 16시간씩 일했던 아버지는 늘 연회장 뒤쪽 끝에 있어야 했지만 그 덕에 아들인 나는 이제 방 앞쪽 연단에 설 수 있게 됐다”며 “이런 기적은 바로 여기(미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야심만만하고 젊은 데다 히스패닉계의 대표 주자라는 루비오의 상품성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밋 롬니는 일찍이 루비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결국은 불발로 끝났지만 롬니가 루비오를 러닝메이트로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는 뉴스가 주요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오바마 연설 비판으로 인기 급상승
잠시 주춤했던 루비오의 인기가 치솟아 오른 건 반년 만인 2013년 2월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이뤄지는 야당 측 반대연설의 연사로 그가 발탁된 것이다. 미국 전역에 생방송으로 방영된 반박 연설에서 루비오는 오바마의 정책을 더 없이 날카롭게 비판했다. “선전과는 달리 오바마 정부의 증세 정책은 부자가 아닌 중산층에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는 게 주요 메시지였다.

또 공화당은 갑부들의 정당이 아닌 부자가 되길 원하는 중산층 당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중산층(middle class)’이란 단어를 16번이나 썼다. 연설의 달인으로 알려진 그가 당시 반대연설 생방송 중 갑자기 몸을 홱 돌려 물병을 집어 들고는 꿀꺽꿀꺽 물을 마시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장면이 여과 없이 나가자 민주당 측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공격했으나 전반적인 여론은 “인간적이다”란 반응이 더 많아 그의 지지도를 높여줬다. 루비오 자신도 이 해프닝이 논란이 되자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병 사진을 올려놓고는 이를 적극 활용했다.

이 덕인지 루비오의 인기는 반대연설 이후 급상승해 지난해 5월에 실시된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가난한 쿠바 이민 2세로 공화당 정치인 특유의 부잣집 도련님이란 이미지는 찾기 어렵지만 그의 정치적 성향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무엇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증세에 반대한다. 예산은 가급적 축소해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걸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이를 위해 연금 수령 시작 연령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쿠바 이민자의 아들답게 이민 문제엔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정통 공화당 보수파이면서도 이민정책 등 부분적으론 진보적 성향의 정치인이다. 여기에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는 많은 공화당 정치인과는 달리 늘 겸손하게 처세해 지지층이 넓다는 평을 듣는다.

선두 주자 크리스티는 최근 흔들
최근엔 당내 대권 선두주자로 꼽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브리지 게이트’로 흔들리면서 루비오가 새삼 각광을 받게 됐다. 크리스티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같은 당 포트리 시장을 골탕 먹이기 위해 지난해 9월 뉴욕과 뉴저지 포트리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 다리의 차선 일부를 막아 교통 체증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4일 실시된 NBC 여론조사에서 크리스티의 지지도는 한 달 전 18%에서 16%로 떨어졌다. 이 조사에서 루비오는 지지도 7%로 크리스티,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 (12%), 랜 폴 켄터키주 상원의원(9%), 부시 전 주지사(8%)에 이어 5위를 기록했지만 언제든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아직 43세에 불과해 차차기, 아니면 그 이후까지도 노려볼 만한 공화당 차세대 대표주자다.

한편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점 말고도 루비오가 한국에 특별한 까닭은 또 있다. 그가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 간사여서 미국의 외교정책, 특히 아태 지역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도 한국으로선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루비오가 필리핀을 거쳐 일본·한국을 돈 이번 3개국 순방에서 박 대통령 외에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세 나라 정상들을 만난 것도 이 덕택이다.

그는 이번 방한 때 한국 상황에 상당한 관심과 동정심을 보였다. 그는 24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의 연설을 통해 “여기 있는 청중 중에 북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나의 출신지인 마이애미에도 카스트로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온 쿠바인이 많으며 그중에는 한국처럼 이산가족이 적잖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통일이 이뤄지는 날이 올 때까지 다 함께 힘을 합치자”고 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진정성을 보여야 하며 퍼주기만을 계속해선 안 된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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