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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세 63% “이사 떡 부담 … 피자라면 돌릴 의향”

중앙선데이 2014.01.26 00:35 359호 14면 지면보기
고사(告祀)와 고사떡은 전통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세시풍속의 수단이었다. 고사 뒤 같은 마을에 사는 형제·친족·이웃에 떡을 돌렸다. 떡에 담긴 따스한 감정은 공동체 의식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마을로 이사간 새 구성원은 으레 고사떡을 돌렸다. 그런 인사로 공동체와 소통하며 하나가 됐다. 이사와 고사, 고사떡은 공동체의 소통의 중요한 의례였다.

아산정책연 설문조사 고사떡 vs 피자

한 세대 전만 해도 몸에 배었던 세시풍속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젊은 세대가 풍속의 전승에 소극적일 뿐 아니라 퇴출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 여론연구센터(센터장 김지윤 연구위원)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다.

‘고사와 인사’에 대한 첫 인문학적 설문조사다. ‘한국문화대탐사’ 취재팀은 세시풍속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동체 의식과 전통을 유지하려는 마음이며 이를 드러내는 가장 좋은 수단은 ‘인사와 고사, 음식 나누기’라고 보고 이 조사를 기획했다.

조사 결과 “최근 이사하면서 음식 등으로 이웃에게 인사를 했느냐”는 질문에 57.5%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여론연구센터 김지윤 연구위원은 “현대사회에서 이웃과의 단절이 심화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대도시가 더 심했고 서울은 63.6%로 바닥이었다. 연령별로는 19~29세가 67.2%로 가장 높았고 30대(59.9%), 40대(56.8%)가 뒤따랐다. 이는 ‘소통’을 외치면서도 정작 이웃과의 소통은 단절되고, 젊은 세대가 특히 그렇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동체 정신을 후대에 물려줄 가교인 젊은 세대가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공동체 기반을 흔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흥미 있는 부분은 “이사 떡을 피자·햄버거로 대체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45.1%가 긍정적이었고 19~29세는 63.1%로 훨씬 더 찬성했다는 점이다. 50·60대는 30% 정도가 지지했다. 이 설문의 취지는 ‘떡이 부담스러우면 간편한 피자·햄버거로 할 수 있지 않는가’였다. 설문 결과를 부정적으로 보면 젊은 층이 서구 문화의 영향을 너무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통의 수단을 달리하면 공동체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다면 ‘소통 단절’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이웃과 인사했다’는 42.5%의 사람들 가운데 ‘떡을 돌린 사람’은 74.5%였고 세대 차이도 크지 않았다. 19~29세는 71.9%, 50대는 80.8%였다. 공동체 의식이 강한 사람들일수록 전통을 착실하게 따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사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엔 62.3%가 ‘알고 있다’고 했지만 19~29세는 53%가 ‘모른다’고 했다. 30대는 37.8%, 40대는 33.2%가 몰랐다. 젊을수록 세시풍속과 단절돼 있는 것이다. 고사 자체에 대해선 40.7%가 부정적이었다. 뜻밖에 19~29세는 36.2%만 부정적이었는데 이는 고사 자체가 뭔지 몰라 그랬을 가능성을 반영한다.

‘고사를 지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태도는 직업·지역에 따른 편차가 컸다. 전체 31.1%만 고사를 긍정했는데 농·임·어업 종사자들은 43.2%가 찬성했다. 자연재해와 일기에 민감한 산업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부산·울산·경남(39%), 대구·경북(40.5%), 강원·제주(39.4%) 지역의 고사 지지율이 타 지역보다 높았다. 농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광주·전라 지역에서 28.6%만 지지한 점은 특이하다. 고사의 상징인 ‘돼지 머리’에 대해 19~29세는 30.3%만 찬성했지만 농·임·어업 종사자의 42%가 찬성했다.

이번 조사는 ‘고사 형식의 소통’이란 세시풍속엔 직업·지역·나이에 따른 전선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 직업별로는 농·임·어업과 나머지 직업군과 상대적으로 반대 입장에 서 있다. 지역별로는 ‘강원-경남-경북-제주 축(軸)’과 ‘전라-충청-경기-서울 축’이 동·서로 나뉘어 전선을 형성하는 꼴이다. 연령별로는 19~29세의 젊은 층이 소극적이고 나이가 올라갈수록 긍정적이다.

결국 나이·직업·지역을 경계로 그어진 세시풍속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가 과제라는 점이 이번 설문조사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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