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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글로벌 포커스] 글로벌 주택시장 훈풍, 한국에도 부나

중앙선데이 2014.01.26 01:12 359호 20면 지면보기
세계 주요국 주택시장의 회복 흐름이 완연하다. 미국의 집값(케이스-실러지수 기준)은 지난 2012년 3월 바닥을 찍은 이후 2년 새 24%나 올랐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인기 지역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 피크였던 2006년 시세를 훌쩍 넘었다. 영국과 독일·캐나다·중국 등도 비슷한 흐름이다. 일본도 아베노믹스 등장 이후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51개국을 넣은 주택가격지수는 7분기 연속 상승 행진 중이다.

이런 훈풍에 아랑곳하지 않은 ‘외딴 섬’ 중 하나가 한국이다. 그리스·스페인·헝가리 등 위기 국가들이 같은 대열에 있다. 그런데 올 들어 미약하나마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지수가 3주 연속 올랐다. 수도권(경기·인천)의 집값도 지난주 살짝 고개를 들었다. 취득세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정부 조치와 주택가격의 60%를 넘긴 전세가격 압력 효과,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집값 상승 기대감 점차 확산
“반짝 오름세에 속지 말자”는 회의론이 여전한 가운데 “반전의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낙관론도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앞장서 군불을 때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다시 집을 살 여력이 생겼다”며 “집값이 올해 상승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집값은 싸졌는데 명목 소득은 그런대로 높아졌고, 돈을 싼 이자로 빌리기도 수월해졌다는 설명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현재 서울의 주택 구매여력은 집값이 바닥이었던 2001년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주택시장 부양 정책을 펴고 있는 곳이라는 데 주목한다”며 정책 효과가 점차 가시화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노무라는 한국의 주택경기 회복은 내수에 좋은 영향을 주고, 이는 다시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러스트 강일구
드디어 한국의 집값도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쪽이다. 중요한 변수들을 점검해 보자.

먼저 주택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주택시장 활성화 법안들에 더해, 올 상반기 중 주목할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다. 시장은 벌써부터 오는 4월 취임할 신임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1~2차례 전격 인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 김중수 한은 총재의 소극적인 통화정책에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에도 김 총재의 엇박자 정책을 여러 차례 질타한 바 있다. 정부가 올해 제시한 3.9%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주택경기 회복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주택경기만큼 전후방 내수 경기의 부양 효과가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도 축적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 선 아래로 한은의 억제 목표치(2.5~3.5%)에 한참 못 미친다. 원화가치 상승을 완화하는 데도 금리인하만큼 좋은 카드가 없다. 박 대통령은 최근 “차기 한은 총재를 널리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손을 잡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할 ‘비둘기파’ 총재를 간택할 게 분명해 보인다.

‘에코 베이비부머’ 결혼해 본격 분가
다음으로 주목할 변수는 ‘에코 베이비부머들’의 주택시장 본격 진입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낳은 자식들(1979~92년생)인 에코 베이비부머는 100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 이 중 31~35세(402만 명)가 결혼 적령기를 맞아 분가할 집을 찾고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의 주요인 중 하나다. 이들이 치솟은 전셋값과 떨어진 금리를 감안해 집을 사기 시작하면 주택시장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도 최근 몇 년 새 에코 베이비부머들(6200만 명)이 본격 독립해 가정을 꾸리면서 주택가격 회복을 가속화시켰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은 먼 훗날 얘기다. 한국의 인구는 2020년까지 늘어나게 돼 있다. 정부 계획대로 남북한 경제교류가 활성화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게다가 고령자들도 이젠 90세까지는 살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섣불리 집을 팔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식시장은 앞서 움직이고 있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 주택건설 관련주들이 올 들어 10~20% 안팎씩 상승했다. 투자 유망 종목으로 건설주를 주목하라는 증시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관건은 역시 한국도 경제가 진짜 회복되느냐의 여부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 일자리가 안정되고 소득도 늘어날 것이란 믿음이 생겨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집을 살 수 있다.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에 기댄 주택시장 반등은 모래성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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