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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장 영향 우려해 권리금법 도입 신중행보

중앙선데이 2014.01.26 01:21 359호 22면 지면보기
정부의 권리금 제도화 논의는 아직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입법논의가 가시화하거나 섣불리 정책 방향이 알려졌을 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신중한 행보다.

권리금 제도화 논의 어디까지 왔나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한국감정평가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TF에서는 재개발이나 도시정비사업 과정에서 해당 지역 세입자들의 영업손실 및 보상평가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책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국토부는 권리금 제도화 논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 분양 이후 계약관계는 법무부 소관 사항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관련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도 2009년부터 권리금 제도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용산 사건 이후 재개발 지역 세입자의 권리금 보상 문제가 갈등의 주된 요인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같은 해 ‘상가점포의 권리금에 관한 연구’ 라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충남대에 의뢰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권리금 계약 관행을 인정하되 당사자가 부당한 이익을 보지 않는 방향으로 법적 규율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또 민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을 통해 ▶권리금을 지역·영업·시설 권리금 등으로 분리하고 ▶권리금 계약 시 신규 세입자에게 해당 점포의 재개발·재건축 정보를 제공하며 ▶세입자와 재계약하지 않은 건물주의 동종업종 영업을 제한하고 ▶세입자가 영업·시설비용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건물주에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무부 정승면 법무심의관은 “권리금을 어떤 형태로 보호해야 할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 심의관은 “사회적으로 권리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권리금 자체가 영업을 잘해서 상가의 가치를 올린 세입자의 권리 측면과 처음부터 건물주가 갖고 있는 장소적 권리 측면이 혼재돼 있어 양쪽의 이익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잡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민병두 의원은 “권리금 제도화는 외환위기 이후 양산된 자영업자들의 생존권과 삶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약탈방지법이란 표현 때문에 모든 임대인을 나쁜 사람으로 보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권리금 거래를 방해하지 않는 대부분의 임대인은 법을 제정한 뒤에도 달라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하경제 양성화에 초점을 맞춰 법을 발의한 것은 아니지만 권리금이 제도화될 경우 지금까지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권리금의 과세 근거도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권리금 제도화 논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보완할 점이 많다는 데 동의한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영두 교수는 “권리금을 어떻게 산정할지의 문제가 아직 다뤄지지 못했는데 앞으로 중점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이공의 김철호 변호사도 “권리금 법제화를 위해선 임차인에 의해 형성된 무형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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