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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치 않은 홍 감독 ‘양박 카드’ … 플랜 B를 마련하라

온라인 중앙일보 2014.01.26 01:22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박지성(위)과 새 팀을 찾지 못해 고전 중인 박주영(아래). [중앙포토]
월드컵이 5개월 남았다. 이미 조추첨을 통해 맞서 싸워야 할 상대도, ‘전투 일정’도 정해졌다. 나란히 H조에 배정된 러시아(6월 18일·쿠이아바), 알제리(6월 23일·포르투알레그리), 벨기에(6월 27일·상파울루)가 태극 전사가 점령해야 할 목표물이다. 눈앞에 분명한 적이 있지만, 정작 축구 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내부에 있다. 바로 박지성(33·에인트호번)과 박주영(29·아스널)이다. 두 선수 모두 현재 축구 대표팀과는 거리가 먼 이름이다. 이들이 대표팀의 가장 큰 이슈가 된다는 건 별로 좋은 신호가 아니다.


월드컵 앞으로 5개월 … 고민 커지는 홍명보

2002년처럼 팀 중심될 선수에 목말라

이달 초 홍명보(45) 감독은 언론사 스포츠 담당 부장과 신년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성 복귀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홍 감독은 “박지성을 직접 만나서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박지성의 은퇴를 존중한다”고 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였다. 2002년 포르투갈전, 2006년 프랑스전, 2010년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터트린 골을 가슴에 새겼던 수많은 팬들은 박지성의 복귀 가능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월드컵에서 베테랑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설기현은 “월드컵은 다른 대회와 정말 다르다. 지금 대표팀에는 유럽에서 뛰는 후배가 많지만 월드컵 때는 정말 떨릴 거다. 이럴 때는 경기력은 최고가 아니라도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그래야 후배들도 주눅들지 않고 뛸 수 있다. 2002년에는 홍명보·황선홍 선수가 있었다. 세계적 선수와 뛰어도 정말 여유 있게 하더라. 지금은 박지성 선수가 적역이다”라고 말했다.



박주영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이용수 KBS 해설위원도 “박지성은 설령 월드컵에 출전해서 벤치에 앉아있더라도 팀 분위기를 망가뜨리지 않고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힘이 돼줄 수 있는 선수”라며 “본인이 받아들인다면, 그의 복귀는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감독 자신도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동안 대표팀을 떠나 있다가 복귀해서 힘을 실어준 경험이 있다.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를 꾀했던 히딩크는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6개월 넘게 홍명보를 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01년 2월에 박항서 코치를 은밀히 홍 감독에게 보내 후배들과 원점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고 전격 복귀시켰다. 돌아온 홍명보는 식사 때 가위·바위·보를 한 뒤 후배의 식판을 들어줄 정도로 새로운 팀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팀을 리드했다. 체력 훈련에서도 후배들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홍 감독은 박지성이 브라질에서 이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박지성은 12년 전의 홍명보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당시 노장 수비수 홍명보는 월드컵에서 1승도 경험하지 못했지만, 박지성은 4강과 남아공 때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더 이상 이뤄야 할 그 무엇이 박지성에겐 없다. 월드컵 출전을 열망한 홍명보와 달리 박지성은 이미 3년 전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조광래·최강희 등 대표팀 사령탑의 복귀 요청이 있었지만 박지성은 한번도 응한 적이 없다. 이번에도 박지성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표팀에 복귀할 가능성은 0%”라고 못을 박았다. “99.9999%라는 말도 쓰지 말아달라. 아예 여지를 남기고 싶지 않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선수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던 홍 감독이 다소 머쓱해진 상황이다. 자칫하면 그동안 카리스마의 화신으로 여겨졌던 홍명보의 리더십에 금이 가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박주영, 팀 바꿀 수 있는 기간 일주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아스널에 소속돼 있지만 거의 출전 기회를 못 잡고 있는 박주영은 홍 감독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홍 감독은 “소속 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서 뛰기 힘들다”는 원칙을 중시한다. 하지만 박주영은 좀 특별하다. 소속 팀에서 한 시즌 내내 벤치 신세지만 아직도 홍 감독의 비상한 관심 대상이다. 홍 감독이 가장 아끼는 공격 카드이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도 박주영은 벤치 신세였지만, 올림픽 내내 주전으로 뛰며 동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홍 감독은 병역 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을 위해 기자회견에 동행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



홍 감독은 “올림픽은 월드컵과 다르다. 계속 벤치에만 머물면 런던 때와는 다른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박주영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팀으로 이적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유럽축구에서 겨울 이적 시장은 이달 말로 끝난다. 박주영이 팀을 바꿀 기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셈이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런던 올림픽은 7월 말부터 열렸다. 축구 시즌을 마친 후 박주영이 충분히 훈련하며 컨디션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 종료 직후 열리는 월드컵에서는 경기 감각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박주영이 팀을 옮기거나, 아스널에서 주전 경쟁을 이겨내서 당당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대표팀에도 뽑히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 아스널에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한다면 박주영을 둘러싼 고민이 더 커질 전망이다. 박주영에 대한 지나친 애착은 팀워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은 다른 선수들 마음 다독일 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3일 브라질 월드컵 본선 때 훈련 캠프로 사용할 브라질 이구아수 시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남반구인 브라질은 지금 한여름. 월드컵이 열리는 때는 초겨울로 날씨가 다르지만, 현지 풍토에 익숙해지기 위해 축구협회는 아낌없이 투자했다. 브라질에서 몸을 푼 선수들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했다. 축구 대표팀은 26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후 멕시코(30일), 미국(2월 2일)과도 격돌해 이번 전훈의 성과를 점검한다.



이번 해외 전훈에 참가한 대표팀의 주축은 K리그 무대를 뛰는 선수들이다. 유럽 축구는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이라 손흥민(레버쿠젠)·이청용(볼턴)·기성용(선덜랜드)·구자철(마인츠)·김보경(카디프시티)·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을 불러올 수 없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주축이 될 핵심 자원인 유럽파가 빠진 것이다. 이번 전훈에서는 이들과 어우러지며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플랜 B를 찾는 게 과제다.



김신욱(울산)·이근호(상주)·염기훈(수원) 등이 공격진에서 한 자리를 노크하고 있으며, 이명주(포항)·박종우(부산)가 중원에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김영권(광저우)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에 대한 홍 감독의 신임이 깊은 가운데 김주영(서울)·이지남(대구)·김기희(전북) 등이 수비진의 새 얼굴이 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월드컵에 출전을 낙관할 수 없는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을 가볍게 여겨서는 절대로 5개월 후에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축구는 11명이 뛰지만, 월드컵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총력전이다.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도 한마음으로 뭉쳐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박지성을 뽑기 위해 삼고초려를 하고, 박주영의 복귀를 학수고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마음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홍 감독이 주도권을 쥐고 선수단을 끌고 나가야지, 특정 선수에게 휘둘리거나 편애를 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승장이 될 수 없다.



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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