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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지하철·버스·카페에서 읽은 '세상 사전'

중앙일보 2014.01.25 00:41 종합 24면 지면보기
세상물정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2월의 주제 - 익숙한 세상, 다시 보기

사계절, 308쪽

1만6800원




책의 에필로그부터 이야기해야겠다. ‘사회로부터 고립당할 위험에 처한 사회학자의 고백’이 나온다. 저자는 지난해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있는 경기창작센터에서 연구년을 보냈다. 센터에서 주민을 초청해 강연을 하는데, 팔순이 넘는 할아버지 앞에서 당혹감을 느낀다. 아카데미라는 울타리 안에서 책만 읽었던 자신이 세상물정 모르는 ‘전문가 바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는 거리로 나온다. 저자는 ‘잠행한다’고 했다. 일산과 강남을 오가는 M7412번 버스·지하철 3호선·술집·카페 등에서 끊임없이 관찰한다. 도쿄·방콕·호주의 길 위에서 원고를 쓰고 고쳤다. 저자는 관찰한 세상을 사유하고, 고전을 거름 삼아 성찰한다. 세상물정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을 냈다.



 그래서인지 책은 마치 현대인을 위한 ‘세상 사전’ 같다. 그는 사람들의 흔한 목표인 ‘부자 되기’를 통해 ‘상식’을 정의한다. 사람들이 ‘부자 되기’를 꿈꾼다는 것은 상식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꿈꾼다면 어떻게 될까. 몰상식이 생겨난다는게 저자의 생각인데, 예컨대 부동산 투기 같은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각자 상식적인 판단을 한다. 단지 각자의 상식적인 판단이 모였을 때, 무시무시한 몰상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상식과 상식이 서로 견제할 때는 몰상식이 생겨나지 않는다. 하나의 상식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비상식적인 사건을 낳을 뿐이다.“ (26쪽)



 이 책은 일종의 사회인을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로도 읽힌다. 하지만 쉽게 위로하거나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류의 자기계발서를 공격한다. 저자의 관찰 결과,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위인전’은 아동문학 코너에 주로 있다. 훌륭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 돈을 많이 버는 사람으로 연결됨을 알게 된 성인은 위인전을 덮고 자기계발서를 펼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현대인에게 당부한다. 타인에 의존한 힐링에 중독되지 말고, 고통의 중심인 내 모습을 직시하라고. 그리고 이렇게 정의한다. “자기계발서는 성공을 보장하는 책이 아니라, 심리적 위안을 선물하는 책”(126쪽)이라고.



 책을 덮고 나니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극장전’에서 남자 주인공 동수(김상경)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 “생각을 해야 해, 생각을…. 죽지 않으려면 생각을 해야 해.” 책의 부제인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답은 머릿속에 있다. 현실과 직면할 용기를 내고 싶게 하는 책이다.



한은화 기자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이달의 책’ 2월 주제는 ‘익숙한 세상, 다시 보기’입니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상의 변화를 새롭게 성찰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대비하기 위한 지혜를 전해주는 신간 세 권을 골랐습니다. 다가오는 설 연휴, 이 책들과 함께 한 해를 구상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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