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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검사라고요? 제가 보기엔 바보 검사예요"

중앙일보 2014.01.25 00:12 종합 17면 지면보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모 검사와의 관계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연 에이미. 처음에는 표정이 침울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안정을 찾았다. [사진 JTBC]


“오늘 저랑 구치소에 같이 가실래요?” 21일 아침 출근을 준비하다 뜻밖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난데없이 구치소라니.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에이미(이윤지·32)’였다. 불현듯 1년여 전이 떠올랐다. 2012년 10월 에이미는 춘천지검에서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여한 혐의였다. ‘연예인의 프로포폴 중독’이라는 세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춘천지검 역사상 가장 많은 기자가 몰려들었다. 같은 해 11월 1일 에이미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출소 나흘 뒤 JTBC와의 첫 인터뷰를 하면서 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자신을 구속시킨 검사를 사랑한 … 에이미의 고백



 오전 11시 14개월 만에 다시 그를 만났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다. 그는 예전 자신을 구치소에 집어넣었던 검사를 만나려 하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춘천지검 소속 전모 검사는 변호사법 위반과 공갈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한때 검사와 피의자로 만났던 그들의 관계가 제일 궁금했다.



 또박또박 접견신청서를 작성하는 그에게 다가가 “정말이에요?”라고 물었다. 실례가 될까 싶어 ‘연인’이란 단어는 일부러 빼놓았다. 그는 알아들었다는 듯 “네”라고 대답했다. 전 검사의 변호인이 둘이 사귀던 사이였기 때문에 벌어진 ‘순애보 사건’이라고 밝힌 상황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에이미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때였다.



 접견은 바로 거부됐다. 미결수는 하루에 한 번만 접견이 가능한데, 앞서 전 검사의 가족이 접견을 하고 갔기 때문이란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로 접견 예약을 하고 같이 구치소를 나섰다.



 “밥은 먹었느냐”고 물으니 “언제 밥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차를 타고 인근에 조용한 식당을 찾았다.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의도치 않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둘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너무도 궁금했다.





  발랄한 성격답게 ‘연인’이 맞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그래도 검사님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어요. 거기서 제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잖아요. 그래서 구치소에서 편지도 3통이나 썼어요. 답장도 받았는데 겉으론 차가운데 마음이 무척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는 당시 전 검사에게 보냈던 편지 3통의 사본을 내보였다. 모두 8장이었다. 편지는 매번 ‘DEAR. 검사님’으로 시작됐다. 에이미는 편지에서 “여기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낀다. 가족으로부터 얼마나 사랑받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전 검사에게 신경 많이 써줘 고맙다고도 했다.



 “무엇이 그렇게 고마웠나요? 검사가 편의를 봐준 것 아니에요?” “전 검사님이 조사할 때는 ‘날 정말 싫어하는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무서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겉모습과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전 검사는 연민이 많은 사람이라고 에이미는 주장했다. 전 검사가 사식으로 돈가스를 넣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저뿐만 아니라 검사님이 살인 혐의로 구속한 일본인 여성 피의자에게도 신경 많이 쓰셨어요. 그래서 편지에 역시 ‘검사님 짱인 듯, ㅋㅋㅋ’라고 적었죠.”



 전 검사의 집에서는 교제 사실을 몰랐지만 에이미의 부모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전 검사가 만난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다 좋은데 너무 뚱뚱하다며 10㎏을 빼고 다시 오라고 했어요. 엄마도 처음엔 반대하셨는데, 곧 우리 사이를 인정해주셨죠.”



에이미가 구치소 수감 때 검사에게 보냈던 편지.
  2012년 11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에이미는 전 검사 수사팀에 ‘과자’를 보내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 검사가 마음만 받겠다고 거부하는 바람에 성사되진 못했다. “저와 연락을 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러워하시면서 후배 검사를 소개해주시더라고요. 앞으로는 후배와 상담을 하라면서.” 하지만 11월 중순께 전 검사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왔다. “생각해보니 자기가 좀 너무한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둘의 연락은 그때부터 이뤄졌다. 첫 만남은 11월 말께였다고 한다. 전 검사가 춘천에서 퇴근해 차를 몰고 에이미의 집 앞까지 찾아왔다. 차 안에서 전 검사가 “내가 너를 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저도 검사님이 좋아요”라고 답한 게 교제의 시작이었다.



 “둘이 만나서 주로 뭐 했어요?” “편의점 커피 사서 차에서 얘기를 했죠. 워낙 말수는 없으신데 제가 웃긴 얘기를 하면 ‘낄낄’ 잘 웃으셨어요. 그렇게 차에서 두 시간쯤 있다가 다시 춘천으로 가시곤 했어요.” 과감하게 데이트를 즐긴 것은 딱 한 번뿐인데 손을 잡고 청담동 영화관에 간 것이다. “무슨 영화인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저희로선 큰 맘 먹은 거죠.” 호칭은 철저한 존댓말이었다. “저는 도저히 ‘오빠’라는 말이 안 나와서 ‘검사님’이라 불렀고 검사님은 저를 ‘윤지씨’라고 불렀어요.”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인터뷰 다음날인 22일 오전 전 검사를 공갈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전 검사가 에이미가 성형수술을 받았던 서울 청담동 한 성형외과의 최모 원장에게 “크게 실수했으니 각오하라”, "당신을 구속시키고 병원을 박살내겠다”는 등의 협박성 문자를 보냈고, 이에 압박을 느낀 최 원장이 에이미에게 700만원 상당의 재수술을 세 차례 해주고 합의금 명목으로 2250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이미는 ‘협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연인으로서 ‘항의’와 ‘부탁’을 했을 뿐이라는 거다.



 이 청담동 병원 사건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4월 사이에 벌어졌다. “처음에 전 검사는 지인의 병원으로 절 데려갔어요. 그런데 거기서 처음 수술을 한 곳에서만 재수술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연이은 재수술 실패로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되자, 전 검사가 화를 못 참고 일련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고 에이미는 말했다.



 “이건 대답 안 해도 괜찮은데 대체 무슨 수술이었어요?”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자로서 좀 창피한데 엉덩이에 보형물을 넣었어요. 예뻐지자고 한 건 아니고 제가 쇼핑몰을 운영했잖아요. 모델 역할을 직접 하다 보니, 그걸 하면 사진이 더 잘 나오겠다는 생각에.” 프로포폴 사건이 터지기 전에 최 원장으로부터 받은 수술인데 춘천에서 구속되면서 수술 부위가 부작용으로 썩기 시작했다고 한다. “검사님은 자기가 구속시켜서 더 악화됐다고 자책하셨어요.” 하지만 3~4번의 재수술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에이미는 결국 미국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고 완치돼 돌아온다. “검사님이 보고 싶다고 빨리 들어오라고. 저도 너무 보고 싶어서 퇴원하자마자 귀국했어요.”



 이유야 어쨌든 현직 검사 신분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일반인들은 검사의 말 한마디에 상당한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오직 검사만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는 특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협박을 당한 당사자인 최 원장이 전 검사의 영장실질심사 때 법원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낸 것도 그중 하나다. 최 원장은 통화에서 “문자를 받고 어떤 압박을 느꼈던 건 사실이지만 연인이니까 이해되는 측면도 있었다”며 “당시 전 검사가 당신이랑 나랑 500만원씩 갹출해서 에이미에게 1000만원을 주고 끝내자고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에이미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 “병원과는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몸관리에만 신경 쓰라고 했어요. 그래서 본인이 직접 돈을 받은 거고. 또 제게 합의금 외에 여러 차례 돈을 준 것도 부모에게 기대지 말고 자립하라는 이유였어요.” 전 검사는 최 원장으로부터 받은 2250만원 외에도 신용대출과 카드론까지 동원해 에이미에게 1억원 가까운 돈을 추가로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최 원장을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사람이 바로 김모 여인이다. 최 원장에 따르면 김씨가 병원 간호사로 알려졌지만 정식 직원은 아니라고 한다. 최 원장은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라고 반박했다. 이 둘의 관계도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최 원장은 통화에서 “김씨가 병원에 들어와 내 휴대전화를 훔쳐 경찰에 건넸다”고 밝혔다. 전 검사의 공갈 혐의는 김씨가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 ‘최 원장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문자의 당사자가 현직 검사임을 확인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내사 사실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대검찰청이 재빠르게 감찰에 돌입, 전 검사를 구속기소하기에 이른다. 현재 검찰은 김 여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김 여인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빌미로 전 검사를 협박해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 검사와 에이미는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기를 꿈꿨다.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도 꽤 했다고 한다. “검사님은 미국 어학연수를 위해 토플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저도 나름 손재주가 있어서 슈니발렌이라는 유명 제과회사에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알아보는 중이었고요.” 차 안 데이트의 주된 대화 주제도 미국에서의 삶이었다. 검사와 피의자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타국에서 자유롭게 데이트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올해쯤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믿었던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앞으로 어떡하실 거예요?” 잠시 생각에 잠긴 에이미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들은 해결사 검사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정말 ‘바보 검사님’이에요.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 줄은 저도 조사를 받으면서 알았어요. 이제는 제가 검사님을 지켜 드릴 거예요.” 마지막으로 물었다. “전 검사를 사랑하나요?” “사랑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 제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면 어떤 게 사랑이겠어요.” 사건이 터진 후 줄곧 언론을 피하던 에이미는 이날 인터뷰 이후 언론 앞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게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심한 듯했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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