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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지방정부 파산제 도입 필요한가

중앙일보 2014.01.25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정부의 만성적인 재정 불안 및 부채 누적과 관련해 "지방정부 파산제도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지방재정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시각과 “지방재정의 문제점을 호도할 위험성이 있다”는 반론이 부딪치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예산 낭비 막으려면 지자체·주민 책임 강화해야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 객원교수
작년 7월 미국자동차산업의 상징으로 불렸던 디트로이트가 파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에게 낯선 지방정부 파산제도는 미국 등에서는 이미 많은 사례가 있다. 파산 도시는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관리되었듯 상급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게 된다. 주(州)정부가 재정통제위원회를 통해 세입과 세출을 직접 통제하거나 파산관재인을 파견하거나 법원 관리하에 채권단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기업과 달리 지자체를 청산할 수는 없다. 주민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상의 자율권을 제약함으로써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게 되고, 상당기간 공공부문 인력축소, 복지서비스 감축 등을 감내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학교에서 교사가 줄고, 지하철 운행 횟수가 줄고, 도로 보수가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지자체들이 뒷날을 생각하지 않고 예산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방정부는 27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 지방공기업이나 보증채무 등 실질적인 부채를 합하면 12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전시성 행사 비용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17%가 늘었다. 재정자립도도 57%에서 53%로 추락했다. 하지만 지자체들 사이에 이런 상황을 반성하거나 구조 개혁을 추진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자체의 재정위기가 문제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거졌던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은 얼마 가지 않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식상한 주제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최근 이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른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저성장 때문이다. 고성장 시대에 체감하지 못했던 지방 재정의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지방 재정은 겨우 자연 증가분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증가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진짜 위기가 오고 있다. 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작년부터 사상 처음으로 지방세수가 예상보다 감소했고, 내년부터는 재정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1차적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지방 재정 구조의 문제를 방치하고 방조한 중앙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지만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재정 개혁에 나서지 않는 한 사태는 해결될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지방정부 파산제도는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지방 재정이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기 전에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려면 파산 카드가 불가피하다. 단체장과 주민들이 “이러다 우리 지역이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향이 옳다면 제도를 도입한 뒤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 된다. 책임을 늘리는 한편 권한도 강화시켜야 한다. 책임을 묻는 방식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파산제도와 함께 주민들이 단체장의 책임을 직접 물을 수 있도록 주민소환제 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예산 낭비의 낡은 문화를 청산하지 못한 데는 정책 실패에 온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는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인식이 절실한 때다. 그 책임은 지자체와 주민들이 공동으로 지는 것이다. 지방 정부 파산제가 지방자치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경희대 객원교수





실질적으로 지방재정 운용할 권한부터 줘야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
최근 여당 대표가 지방정부 파산제도 도입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런데 파산제 도입을 찬성하는 주장을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 부채 및 지방부채, 우리나라 지방재정 위기관리제도 등에 대해 다소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선 미국과 일본 등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 운영사례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는 지자체가 파산을 신청하게 되면 이를 심사하여 중앙정부가 자치권을 회수하고 세입 증대 및 세출 감소 조치를 취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세입 증대를 위해서는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를 인상하고 지하철 요금, 상·하수도 요금, 공영주차장 사용료 등도 대폭 올리게 된다.



 세출 감소를 위해 읍·면·동사무소 통폐합 등 지방공무원 수 감축 및 급여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고 미술관, 문화시설, 공유림, 공유지, 시민공원 등 공유재산을 매각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지자체 행정기구·정원 및 공무원 보수 등은 지자체가 아니라 중앙에서 법령으로 결정하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대책 등으로 정부 통제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용 가능한 수단이 많지 않다.



 둘째, 일반적으로 파산제 도입 찬성론자들은 부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며,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채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만약 시중 금리보다 2%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합리적 개인은 대출을 받을 것이다. 즉 모든 부채는 나쁜 것이 아니라 부채 중에 나쁜 부채가 끼어 있는 것이다.



 2012년 지자체 부채 이자율은 5% 미만이 전체의 90% 이상이다. 특히 현금 흐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민간금융기관 차입금은 전체 27조1000억원 중 2조3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나쁜 부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또한 2012년 기준 227개 기초지자체 중 부채가 없는 자치단체가 49개, 10% 이하가 191개다. 동일 기준 중앙정부 부채비율은 147%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지방공기업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다만 전체 391개 지방공기업 부채 규모가 72조5000억원인데 이 중 SH공사·경기도시공사·인천도시공사 등 3개 기관의 부채가 34조7000억원으로 약 50%를 차지한다.



 지방공기업 전체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77.1%로 2012년 상장기업 평균 145.0%와 비교해볼 때 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부채 증가 역시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 정책 연계사업에서 상당 부분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재정 위기관리제도를 살펴보면 지방채 발행한도를 중앙정부가 정하고 있으며, 일정 규모 이상의 지출에 대해서는 상급자치단체 또는 중앙정부에 의해 투·융자 심사를 받아야 하고, 지방부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하는 지방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각종 재정공시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엄격한 지방재정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지자체 파산제도 도입 논의는 지자체에 지방재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다음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특히 지자체 파산의 운용 가능성, 지방부채 원인과 현황, 지방재정 위기관리제도 등에 관한 명확한 이해 및 분석부터 선행되길 바란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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