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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서울행 기차, 베이징역 출발!'

중앙일보 2014.01.25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며칠 전 베이징 서역(西驛) 출국심사장. 간단한 보안검사와 출국심사를 마치고 문을 나서자 홍콩행 열차 플랫폼이다.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베이징~홍콩 카우룽 국제노선 열차의 기점이다. 기차로 홍콩에 들어가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역에서 출국심사가 이뤄진다. 홍콩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반환됐지만 특별행정구 지위를 인정받고 있어 중국인들에겐 해외나 다름없다. 베이징~홍콩 노선은 국제선 항공밖에 없고 홍콩에 가면 휴대전화도 국제로밍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기차로 다른 나라(행정구역)를 여행하는 경험은 짜릿했다. 항공편을 이용해야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섬이나 다름없는 환경에 살았기 때문에 낯설지만 묘한 흥분이 일었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을 밝혔다.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도망 얘기다. 국내에서 출발하는 침대칸 열차에 누워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상상은 가슴을 뛰게 하는 판타지가 있다. 베이징역에서 국제 열차를 타고 서울로 떠나는 여행은 또 어떤가. 자금과 기술, 관련 국가들의 의욕 등 이 사업의 성사 가능성은 크지만 현실은 착잡하다. 북한의 동참이라는 퍼즐 하나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스탈린식 독재와 왕조국가의 변형 정권인 북한. 홍콩특파원으로 부임해 베이징으로 거점을 옮긴 지난 4년간 격동기의 북한을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었다. 왕이 죽었고 바람막이가 사라지자 적장자로서 한때 왕세자였던 마카오 대군은 가족을 이끌고 증발했다. 외척의 섭정 아래 왕위에 오른 젊은 왕은 불과 2년 만에 그 외척을 척살했다.



 절대 권력자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중국의 비상 대응을 지켜보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이해가 얼마나 절대적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혈육이지만 북한에서 가장 위험한 관계가 김정남·정은 형제다. 김정일의 큰아들 정남은 마카오를 떠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긴 뒤 잊혀지고 있었다. 김정남이 자주 갔던 마카오 알티라 호텔의 신참 벨보이들은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



 스탈린식 장기독재를 경험한 동유럽 국가의 베이징 주재 고위 외교관은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폐쇄 국가인 북한은 김정은이 흔들리면 바로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불신이 극에 달해 모두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붕괴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희망과 공포가 뒤섞여 새해 벽두부터 격랑이 일고 있다. 통일의 길에는 반드시 주변 강대국과의 피 말리는 줄타기 외교가 따른다. 통일 한국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믿을 만한 상대라는 신뢰를 줄 수 없다면 통일은 먼 얘기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양극단의 이념갈등을 극복하고 성숙한 사회 통합을 이뤄내는 세련된 국내 정치는 통일외교의 출발점이다.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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