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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넌 특별한 아이'라는 위험한 주문

중앙일보 2014.01.25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고가 마케팅 전략이 잘 먹히는 곳 중 하나가 유아용품 시장이다. 100만원대 수입 유모차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최근에는 보통 물티슈보다 열 배 비싼 ‘청담동 물티슈’도 등장했다. 영국 왕가에서 사용하는 ‘로열베이비’ 제품들도 인기란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VIB(Very Important Baby)’ 마케팅 제품들이다.



 굳이 명품이 아니어도 유아용품 광고는 대부분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믿음을 파고든다. 저출산 시대, 하나 둘뿐인 아이가 소중하고 특별하지 않을 리 없다. 부모는 명품 인생 아니라도 자식은 명품 인생을 살게 하고 싶은 욕심에 허리끈을 졸라맨다.



 마케팅만의 문제도 아니다.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 양육관과도 통한다. 늘 ‘넌 특별한 아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부모의 긍정적 지지야말로 최고의 양육 태도란 확신과 함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캐럴 드웩 교수는 ‘칭찬의 역효과’에 주목한다. 물론 모든 칭찬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넌 똑똑해. 넌 재능 있어. 넌 머리 좋아” 같은 칭찬이 문제다. 타고난 재능을 칭찬하면 아이는 오히려 그런 주변의 기대를 강박으로 느끼고 그에 부합하지 못할 까봐 불안과 좌절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지능과 재능을 칭찬받으면 ‘능력은 태어날 때 정해진 것’이라는 생각에 도전정신이나 실패를 극복하는 힘이 줄어들어 결국 능력이 저하된다는 분석이다. 아마 ‘넌 특별하다’고 주문처럼 되뇌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반면 노력과 과정을 칭찬하는 방식은 도움이 된다. 그런 칭찬을 받으면 아이는 ‘노력하면 능력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실제로도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해냈다.



 사실 현대 부모에게 일반화된 ‘넌 특별한 아이’라는 양육 이데올로기의 더 큰 문제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아주 하찮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가능성이다. 부모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며, 아마도 아이가 장성해 십중팔구 그렇게 살아갈 평범한 삶 말이다.



 나 역시 누군가를 가리키며 "공부를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저렇게밖에 못 된다”며 아이를 ‘협박’한 적이 있다. “넌 특별하고 똑똑하고 재능 있고 머리 좋으니 나중에 잘될 거라 믿는다”는 말을 격려랍시고 매일 해대기도 했다.



 어찌 보면 부모의 삶이란 특별할 줄 알았던 제 아이의 평범성을 받아들이는 과정일 수 있지만, 모두가 특별하게 되는 것보다 특별한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평범성을 하찮지 않게 여기는 세상이 훨씬 더 좋은 것 아닌가. 그게 아마도 진짜 특별한 삶, 진짜 특별한 세상 아닌가 한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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