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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두 야당이 스스로 '기초 공천 포기'하면 어떤가

중앙일보 2014.01.25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어제 김한길·안철수 회동에 특별한 상차림은 없었던 것 같다. 여의도 중국 식당에서 80분간 마주한 두 사람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 사건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도입’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관철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특히 기초선거에서 공천 폐지 약속을 뒤집은 새누리당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국민들이 집권세력을 심판할 것이라는 공감을 나눴다고 양쪽 대변인들이 전했다.



 특검 도입과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입장을 꾸준히 내놨기 때문에 이런 합의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 굳이 새로운 게 있다면 양 세력이 ‘기초선거 공천폐지 공약 촉구 결의대회’를 함께 열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 정도 수준의 합의는 비중 있는 두 정치 지도자의 만남에 쏠린 관심에 비하면 빈약하다. 특검 요구는 두 해를 넘긴 대선 사건으로 핵심 이슈인 국정원 개혁법안을 지난해 말 여야가 합의한 데다 사법부가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서 정치적 파괴력이 약화된 상태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휴지조각처럼 구겨버린 새누리당을 두 사람이 비판한 건 당연하고 옳은 일이다. 정당공천 폐지 번복은, 실천하려고 노력했으나 예산 문제 등 때문에 수정이 어쩔 수 없었다는 복지 공약들과 달리 아예 처음부터 새누리당이 말 바꾸기를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뻔뻔스럽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유권자의 가혹한 심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두 야당 지도자가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 자기 당의 무공천을 동시 선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정치판에서 자기희생, 솔선수범을 본 게 언제였던가. 지도자의 결단만이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세력은 이해관계 때문에 감동적인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정당과 국회의원의 거대한 특권·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지난 대선 때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가 유권자에게 약속한 사안이다. 새누리당의 반대로 ‘입법에 의한 무공천’이 불가능하다면 민주당과 신당의 ‘결단에 의한 무공천’은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야권은 공천 폐지 주장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감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새누리당은 선거판에서 초라한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거대 정당 민주당의 자발적인 공천포기는 안철수 신당에 비해 더 크게 박수받을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회동에서 후보단일화를 주제로 한 야권 연대론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야권 연대론은 패배주의적 시각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연대 논의 자체에 쐐기를 박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민망한 짝사랑같은 야권 연대론을 흘리기보다 무공천 선언같이 기득권 포기, 혁신의 승부수를 던지는 게 정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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