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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고 파장, 기업실적 악화 불렀다

중앙일보 2014.01.25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의 영향이 드디어 기업의 실적 악화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8조3100억원으로 전 분기(10조1600억원)보다 18%나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매출이 전 분기보다 0.3%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에 비해 이익률의 하락폭이 지나치게 크다. 지난해 4분기에 일시적인 상여금 지출(8000억원)을 제외하면 원화 강세에 따른 원화환산 이익의 감소(7000억원)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한다. 해외에 물건을 더 많이 팔아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9.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간판 수출기업들이 원고(高)의 파고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3분기 평균 1109원에서 4분기에는 1061.5원으로 4.2%나 떨어졌다. 이는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통화가치 절상률이다. 급격한 원화 강세의 파장은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난다. 하나는 기업 이익률의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수출경쟁력 하락에 따른 매출의 감소다. 삼성전자처럼 경쟁력이 있어도 이익이 줄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원화가치가 10% 절상되면 수출이 5%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엔저(低) 덕을 보는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국내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원고(高) 추세를 인위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대규모 무역흑자와 자본유입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핫머니 유입은 자본 유출입 안정화 3종 세트를 가동해 막을 수 있겠지만 무역흑자를 억지로 줄일 수는 없다. 다만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해외투자 확대 등 외화유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내수시장의 육성과 시장 개방의 확대를 통해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막는 동시에 수출 의존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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