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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우리 아이의 성공, 자기제어능력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4.01.25 00:01 종합 22면 지면보기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한국·핀란드·폴란드 3국 취재, 국가별 장단점 일일이 비교해
숙련된 교사, 책 읽는 부모 강조
전인교육 중요성 새삼 일깨워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432쪽, 1만4800원




어느 나라나 교육이 문제다. 국가의 성장동력은 교육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등학생의 학력 저하와 높은 중퇴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칼럼니스트 아만다 리플리가 한국·핀란드·폴란드, 이른바 교육강국을 3년간 취재해 썼다.



 교육강국은 피사(PISA: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성적의 결과를 토대로 선정됐다. 피사(PISA)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회원국 34개 국을 포함한 65개국 만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독해, 수학, 과학 시험을 통해 문제해결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한국이 교육선진국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가 되는 책이다. 필자가 2011년 2월 월드뱅크 회의에 참석했을 때, 미국 연방교육부장관이 “한국의 교사는 국가를 건설한 분(Nation Builder)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이 칭찬했다”고 들었는데, 이 책에도 똑같은 내용이 들어있다. 한국인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 책에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교육의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3개국을 직접 방문하고 관계자 400여 명을 만났다. 한국·핀란드·폴란드 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간 공부한 미국 학생들의 체험담도 담았다. 예컨대 미네소타에서 한국으로 간 에릭은 “인정사정 없는 등급제가 아이들을 괴롭힌다”고 꼬집었다. “수업시간에 반 아이들의 3분의 1이 잠들어 있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밤 9시가 되면 학교를 나와 학원에 가서 ‘진짜 공부’를 하게 된다. 밤 1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다음날 학교에 8시까지 등교하는 한국 아이들은 날마다 학교를 두 번 가는 셈이다.” 한국의 높은 피사 점수를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이긴 하지만, 매우 씁쓸하다.



미국 교육경제학자 루트거 워스만과 에릭 하누섹이 15개 국가가 실시한 서로 다른 시험을 동일한 측정 기준으로 환산해 산출한 각국 학업성취도 변화. 굴곡이 큰 곡선은 한 국가의 교육이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극적인 변신을 해 왔음을 보여준다. 사진 속 인물들은 저
자 아만다 리플리가 한국과 핀란드, 미국 등을 돌며 인터뷰 한 학생과 교육 관계자들. ※자료 :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클라호마에서 핀란드로 간 킴은 ‘자유’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핀란드어 수업 후는 킴의 공강 시간이다. 아무런 수업이 없이 70분이 빈다. 이것은 핀란드가 미국과 또 다른 점이었다.” 사치스러울 정도로 자유 시간을 길게 주는 것, 핀란드의 학교는 아무런 지시 사항 없이 스스로 긴 자유시간을 잘 사용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자유를 준다.



 펜실바니아에서 폴란드로 간 톰은 아이들이 자유를 즐기지만 학교에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의 점수를 큰소리로 불렀던 것을 기억했다. 충격적이었다. 정원 26명 중 22명이 낙제했다. 대부분의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비율이었다.” 톰은 폴란드의 학교 수준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것 같지는 않지만 더 엄격하게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교사가 관건이다. 저자는 “핀란드는 가장 유능한 학생들을 뽑아 엄격한 훈련을 거쳐 고도로 교육을 잘 받은 교사들을 만들어 냈다. 엄청나게 뻔한 전략이지만 이런 것을 실천에 옮긴 나라는 핀란드 말고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미국 MIT 수준의 명문대학에서 6년간 공부하고 12개월간 교생실습을 거쳐야만 핀란드 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책에는 부모가 매일 혹은 매주 읽어 주는 책을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15세가 되면 피사 점수가 25점 높게 나온다는 조사결과가 등장한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최호찬 선생의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2005, 예담)에도 나온다. 서애(西厓) 류성룡 종가는 “책 읽는 아버지가 되라”고 하고, 고산(孤山) 윤선도 종가는 “자녀를 문화의 바다에 빠뜨려라”하며, 다산(茶山) 정약용 가문은 “아버지가 자녀교육을 챙기라”고 주문하고 있다.



 아이가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비결에 대해 저자는 “인지능력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기제어능력”이라고 말한다. 자기제어능력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교육을 통해 어떻게 인지능력과 자기제어능력을 기르느냐는 나라의 교육정책에 달렸다.



 저자가 제시한 인지능력과 자기제어능력을 함께 키우는 것이 전인교육이다. 김정환 선생은 『한국교육이야기 백 가지』(2006, 박영사)에서, 정범모 선생은 『그래, 이름은 뭔고?』(2007, 나남)에서 전인교육은 한국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는 전인교육의 전통을 어떻게 다시 구현할 수 있을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고민하게 됐다.



 결론은 한마디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신뢰가 없으면 교육을 포함한 모든 것이 바로 설 수 없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 책을 읽었는지, 읽었다면 무엇을 바꾸려는지 궁금하다. 부모가 읽으면 가정이 바뀌고, 교사가 읽으면 교실이 바뀌고, 교육감과 교장이 읽으면 학교가 바뀌고, 대통령이 읽으면 나라가 바뀔 책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수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고려대 교육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등을 지냈고 현재 월드뱅크(IBRD)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 『글로벌 인재의 조건』 『성인교육방법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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