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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신화 라이벌' 임형규·황창규 2라운드

중앙일보 2014.01.23 02:30 경제 3면 지면보기



SK텔레콤 부회장에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 영입
최태원 회장 직접 지시로 성사, 정보통신기술 부문 지휘 맡겨
SKT·KT CEO 모두 삼성 출신 … 메모리 이어 통신도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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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부회장으로 내정된 임형규(61·사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돼 있었다. 평소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그이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큰 듯했다.



 - 언제 알았나.



 “3개월 전에 SK로부터 (부회장으로 와 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계속 고민해 왔다.”



 - 어떤 과정을 통해 내정됐나.



 “자세한 과정은 모른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두 분이 허락하셔서 된 일일 것이다.”



 - 그동안은 어떻게 지냈나.



 “(삼성전자 사장에서 물러난 뒤) 4년간 놀았다.(웃음) 이제 일할 의욕이 되살아난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SK그룹의 IT사업의 큰 방향을 이끌어 나가겠다.”



 SK그룹은 22일 부회장급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성장 총괄직을 신설하고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정보통신 소그룹 부문을 관장하는 부회장으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임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부와 KAIST 전자공학 석사를 마친 뒤 1976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83년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삼성종합기술원장(2005년)을 거쳐 2007년부터 2년간 삼성전자 신사업팀장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이끌었다. 임 부회장은 다음 달 1일 SK텔레콤 부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SK C&C를 묶은 정보통신 소그룹을 맡게 된다. SK는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 32층 최태원 회장 집무실 맞은편에 임 부회장 집무실을 마련하는 등 최고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 SK는 또 그룹 운영체계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ICT기술성장총괄부문을 별도 위원회로 설치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임 부회장 영입은 최태원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며 “SK그룹을 전자·통신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삼성 출신인 임 부회장과 이달 27일 취임하는 황창규 KT 신임 회장의 통신업계 ‘제2라운드’를 주목하고 있다. ‘동갑내기-동향-대학 동창’으로 엮여 있는 두 사람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1953년생인 두 사람은 부산의 명문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경남고(임 부회장)-부산고(황 회장) 출신이다. 삼성전자와 연을 맺으면서도 두 사람은 반대의 길을 걸었다. 말수가 적은 편인 임 부회장은 삼성전자 평직원 시절부터 주목받았다. 삼성이 그룹 내 ‘될성부른 떡잎’으로 꼽히는 인재들을 대상으로 박사학위까지 지원하는 ‘삼성학술연수제’를 도입했는데, 그 첫 대상이 임 부회장이었다. 회사 지원으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삼성전자에 돌아와 이윤우 전 삼성전자 부회장,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전 장관)과 함께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일궜다.



 외향적인 성격의 황 회장은 미국 유학파로 “한국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 달라”는 이윤우 부회장의 부탁으로 삼고초려 끝에 삼성전자에 ‘이사’로 합류했다. 선의의 경쟁 제1라운드는 황 회장이 기선을 잡았다. 그는 “1년에 메모리 용량은 2배씩 성장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일약 스타 CEO(최고경영자) 반열에 올랐다. 황 회장이 부각되면서 임 부회장은 주춤하는 듯했지만 신사업팀에서 비메모리(시스템LSI)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 부회장이 비메모리 사업을 일구지 않았다면 현재의 삼성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TV는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부회장은 황 회장이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라는 대권을 물려받게 되면서 퇴직했다. 이후 ‘야인’으로 살아오던 임 부회장은 2011년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하면서 ‘통신-반도체 사업’ 간의 시너지 방안을 조언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임 부회장이 SK텔레콤에 둥지를 틀게 되면서 반도체에 이어 통신 분야에서 황 회장과 두 번째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준호·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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