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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옷값 착하죠, 한국은 빼고

중앙일보 2014.01.23 02:30 경제 1면 지면보기
유명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자라’와 럭셔리 패션인 ‘버버리’의 한국 가격이 세계에서 셋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의류학과 패션마케팅연구실이 버버리·자라·나이키·갭 등 4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세계 판매 가격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패스트패션 브랜드도 국내에선 고가 전략
서울대, 10개 제품값 조사 … 한국이 80개국 중에서 3위
169달러 원피스는 세계 최고, 버버리도 미국보다 33% 비싸

 명품은 물론 싼가격이 특징인 SPA 제품마저도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유독 비싸 한국 소비자가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로 어수룩한 고객을 뜻하는 은어)’ 취급을 받고 있다는 속설이 확인된 셈이다.



 자라의 대표제품 10개의 80개국 가격을 조사해 달러로 환산한 결과 한국 평균 가격은 86.87달러(9만1647원)로 원산지가 아닌 미국의 자라 평균 가격 69.11달러에 비해 25.69% 비쌌다. 한국보다 평균 가격이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카자흐스탄 단 두 곳뿐이다. 특히 자라의 소매 없는 합성피혁 원피스는 한국 판매 가격이 169.67달러(17만9000원)로 세계 80개국 중 가장 비쌌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152.94달러로 한국보다 약 16달러 쌌다. 수입품이 비싼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132.07달러로 한국보다 약 37달러 저렴했다.



 자라의 국내 판매가격은 조사 대상 10개 전 품목에서 2~8위의 상위권이었다. 아동 패딩 가격이 카자흐스탄의 96.90달러에 이어 93.84달러(9만9000원)로 비싸기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남성 재킷(141.23달러, 14만9000원)도 세계 셋째로 비쌌고, 남성 티셔츠(23.70달러, 2만5000원)도 세계에서 넷째로 가격이 높았다.



 조사를 맡은 이하경 책임연구원은 “자라가 패스트패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유럽·북미에선 안정적인 가격 전략을 펴지만 아시아와 동유럽 지역에서는 인기와 빠른 성장으로 인해 고가 정책을 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한국 가격이 유난히 비싼 것은 저가격대 패스트패션이 아닌 고가의 매스티지(대중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이 본사인 자라는 일명 패스트패션이라 불리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의 대표주자다. 지난해 자라는 한국에서만 전년보다 22% 늘어난 20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6940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니클로에 이어 해외 SPA 브랜드 중 2위다.



 명품 브랜드 ‘버버리’ 역시 여성 트렌치코트, 여성 셔츠, 토트백, 여성 구두, 남성 정장, 아동 후드코트 등 여섯 가지 제품의 한국 판매 가격이 42개국 중 모두 2~7위로 최상위였다. 6개 제품의 한국 평균 판매가격은 1074달러였다. 원산지가 아닌 미국 평균 판매가격(806.67달러)보다 33.15%나 부풀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중국·대만에 이어 셋째로 비쌌다. 카타르·쿠웨이트·UAE 등 중동 부국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의 가격이 높게 나타나 명품 가격 책정이 이들 지역은 비싸게 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템별로는 버버리의 대표 아이템인 여성 트렌치코트가 한국에선 2369.67달러(250만원)에 팔리는데 비해 일본에선 260달러 저렴한 2109.04달러에 팔린다. 특히 여성용 셔츠(스트레치 코튼 셔츠)와 남성용 재킷(슬림핏 몰스킨 재킷), 그리고 아동용 후드코트는 모두 세계에서 둘째로 가격이 비쌌다. 아동용 후드코트는 한국에서 246달러(26만원)에 팔리는데, 미국에서는 145달러에 판매된다. 서울대 의류학과 추호정 교수는 “한국에선 비싸도 명품에 대한 소비와 수요가 높기 때문에 미국·유럽에 비해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함께 조사된 나이키와 갭은 국내와 해외 판매 가격 간에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조사는 브랜드의 개별 국가 자체 홈페이지의 세일 가격이 아닌 정가를 기준으로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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