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살자 vs 배짱녀 … 누가 먼저 흔들릴까

중앙일보 2014.01.23 00:25 종합 25면 지면보기


17세 천재 소녀 리디아 고(뉴질랜드·한국명 고보경)가 본격적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을 향한다.

리디아 고, LPGA 정식 멤버 데뷔
박인비와 골프여왕 쟁탈전 예고



 리디아 고는 23일(한국시간)부터 쿠바 인근 바하마에서 열리는 2014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 출전한다. 지난해 10월 프로 전향 후 2개 대회에 초청선수로 나섰지만 LPGA 정식 멤버로는 이번 대회가 투어 데뷔전이다.



 바하마의 작열하는 태양만큼이나 리디아 고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LPGA 공식 홈페이지는 22일 그의 인터뷰를 비중 있게 다루며 “리디아 고는 지난 2년간 15개 LPGA 투어에 출전해 한 차례의 컷 탈락도 없이 2승을 거뒀다. 이미 세계랭킹 4위에 올라 있는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리 천재 골퍼라고 해도 그의 앞에는 쟁쟁한 선배들이 있다. 세계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를 비롯해 2위 수잔 페테르센(33·노르웨이), 3위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 등이다. 리디아 고는 “골프가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것인데 (박)인비 언니는 늘 똑같다. ‘조용한 암살자’라는 별명이 있는 인비 언니처럼 내 멘털도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드 밖에선 수줍음을 많이 타는 리디아 고가 세계 최고 박인비를 목표로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당장 박인비를 겨냥해도 될 만큼 리디아 고의 배짱과 침착함은 정평이 나 있다. 리디아 고를 11년 동안 지도한 전 코치 가이 윌슨(33·뉴질랜드)은 “리디아는 여섯 살 때부터 연습경기를 치르며 긴장감에 익숙해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필드에선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그를 두고 골프계는 이미 ‘포커 페이스’라고 부른다.



 아마추어로 프로 4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지난해 12월 프로 두 번째 대회인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박인비를 꺾고 우승했다. 박인비는 “리디아는 나이답지 않게 노련한 플레이를 한다. 프로가 됐다고 너무 부담을 갖지 않는다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리 동계 훈련 중인 박인비는 이 대회에 불참해 리디아 고와 맞붙지는 않는다. 리디아 고는 대회 첫날 세계랭킹 3위 루이스, 지난해 2승을 거둔 베아트리스 레카리(27·스페인)와 한 조를 이뤄 출발한다. 리디아 고는 이미 2012년 CN 캐나다여자오픈에서 루이스를 꺾고 우승한 바 있다. J골프에서 1~2라운드를 24~25일 오전 1시30분부터, 3~4라운드를 26~27일 오전 4시45분부터 생중계한다.



 대형 신인 리디아 고가 데뷔하는 올해 LPGA 투어 초반 분위기는 좋다. 2011년 경기 불황으로 23개까지 줄었던 대회가 3년 만에 32개로 늘어났다. 총 상금은 5630만 달러(약 600억원)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100만 달러(약 10억7000만원)의 보너스가 걸린 플레이오프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가 도입됐고, 국가대항전 형식의 인터내셔널 크라운도 창설됐다. 마이크 완(49·미국) LPGA 커미셔너는 “기존 선수들 외에 리디아 고 등 새로운 스타들이 가세해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지연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