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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건축이 없다 … 왜, 이야기가 없으므로"

중앙일보 2014.01.23 00:23 종합 23면 지면보기
이종건 교수는 “우리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 공간 사옥 등 대표적인 건축물이 갖고 있는 장점을 평가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많은 이들이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공간 사옥’이 최고의 걸작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그러한지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주장도 없고 반박도 없으니 당연히 건축의 문화도 없다.”

독설가 이종건 또 도발 비평
훌륭한 건물 있으면 뭐하나 … 비평 없으면 문화도 없어
승효상 명성만큼 책임 막중



 건축비평가 이종건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58)가 한국 건축계의 ‘비평 부재’ 현상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출간한 비평집 『건축 없는 국가』(간향미디어랩)에서다. 미 조지아공대에서 건축비평을 전공하고 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비평활동을 해온 그는 건축계에서 독설가로 통한다. 그를 만나봤다.



건축가 조민석(매스스터디스)씨가 설계한 포털 다음의 제주도 사옥 ‘스페이스닷원’. 이종건 교수는 공간의 다양한 연결이 가능한 새로운 구축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왜 ‘건축 없는 국가’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건축과 서구 문화 전통으로서의 아키텍쳐(architecture)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것이 착각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옷이 패션이 아닌 것처럼 건물이 곧 아키텍처는 아니다. 아키텍처는 건물과 문화적 가치의 결합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큰 맥락의 이야기(그는 이것을 ‘서사’라 불렀다)가 빠져 있다면 그것은 아키텍처가 아니다.”



 -한국 건축계의 문제로 ‘비평 부재’를 들었다.



 “서구에서 모더니즘(근대성)이 꽃을 피운 시기에 우리는 식민의 삶을 겪었다. 모더니즘의 핵심인 비판 기능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평이 없으면 문화도 없다. 각자 몰두하는 ‘사업’만 있을 뿐이다. 문화가 성장하려면 자극을 주는 주장과 그에 대한 반박이 있어야 하는데, 건축뿐 아니라 우리 문화계에는 무관심이 자리 잡은 지 오래인 것 같다. 문화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무관심이다.”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씨를 90년대부터 비판해왔는데.



 “그 이유는 그가 한국의 건축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책임이 막강하다고 생각했다. 승효상과 민현식은 한국 건축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해온 건축가들이다. 앞으로 이들을 새롭게 조명하며 한국 건축의 가능성을 더욱 탐색해보고 싶다.”



 -주목받고 싶어서 비판한 건 아닌가.



 “아니다. 승효상이 ‘빈자의 미학’을 내세웠는데, 그 이론에 대해 묻고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개념은, 특히 건축에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은 어떻게 평가하나.



 “승효상과 민현식은 분명히 서구와 다른 건축방식, 곧 우리식 건축의 길을 내고 있는 건축가로 우리 사회에서 희귀하고 귀한 존재다. 우리식 건축에 대한 통찰과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그들을 총체적으로 부정한 적은 없다.”



 -거친 독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비평은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언제나 누구와 토론할 준비가 돼 있는데 대화 상대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교수는 오는 3~4월 건축 소재의 소설과 에세이 등 3권의 책을 또 발표한다. 소설은 비평만으로 다 할 수 없는 건축계 얘기를 풀어낸 것이라고 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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