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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징금' … 금융사, 통신사보다 5년 늦었다

중앙일보 2014.01.23 00:19 종합 3면 지면보기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금융위 기자실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건 재발 방지에 대한 종합대책 발표 도중 기자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회견장에는 신문·방송·통신 등 2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브리핑이 예정 시간보다 2~3분 늦게 시작됐다. [오종택 기자]
2011년 현대캐피탈의 고객정보 해킹 사건 이후 금융권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연이어 터졌지만 금융당국은 법 개정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대책을 마련하겠다”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는 말잔치만 있었을 뿐이다.


금융당국 정보 유출 뒤늦은 대책
5차례 정보 유출 때도 처벌 미지근
TF팀 회의 한 번 하고 대책 발표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번 3개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전까지도 금융당국은 안이하게 대응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창원지검은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2011년 이후 은행에서 내부 직원이나 용역 직원이 가담해 외부로 고객정보를 빼돌린 것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었다. 금융결제의 핵심이라고 할 시중은행에서 고객 정보 유출이 일어났는데도 당국은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두 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시작한 것은 이달 17일이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은 지 한 달도 더 지난 시점이다. 금감원은 SC·씨티은행의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자료 가운데 은행을 포함한 16개 금융회사에서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정보 127만 건에 대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체 점검에 맡겼다.



 법적인 정비도 너무 소홀했다. 2012년 이후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메리츠화재, IBK캐피탈에서 내부 직원이 고객정보를 빼돌린 사건이 일어났지만 임직원이 징계를 받고, 4개사에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신용정보법에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시행령에서 이 기준을 600만원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관할하는 정보통신망법에는 통신회사나 인터넷회사가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보를 수집해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개인정보보호의 의무를 어길 경우 매출액의 1%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리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2008년 12월 도입됐다. 금융권보다 5년 정도 빠르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고객정보를 도난당하거나 유출한 경우에도 매출액의 1% 수준(현재는 1억원)에서 과징금을 물리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처벌 수위를 높여온 것이다.



 하지만 통신회사 못지않게 고객의 정보를 잘 관리해야 하는 금융회사는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을 받았다.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권한이 있는 금융위원회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안을 제출할 권한이 없는 옛 금융감독위원회 시절이면 몰라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국을 붙여 설립한 금융위로서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금융계 인사는 “감독당국이 임직원에 대한 징계권을 너무 믿었다. 징계를 당하면 다른 금융회사 취업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선 CEO가 물러난 경우가 없으니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데는 소홀했다”고 말했다.



 22일 대책도 유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너무 급하게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금융위는 사태 수습을 위해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팀장으로 관계기관과 전문가 11명이 참여하는 금융회사 고객정보보호 정상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17일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로부터 5일 만이다. 그 사이 더 이상의 전체 회의는 없었다. 첫 회의에 참석했던 한 민간 전문가는 “ 공무원들이 안이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2월 말까지 대책을 완성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뚝딱해서 발표하더라”고 말했다.



 ◆현오석 "소비자도 신중해야” 발언 논란=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 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 줬지 않느냐”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현 부총리는 또 “지금 중요한 것은 사태를 수습하는 일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하는데, 현명한 사람은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기재부는 “현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을 전제로 한 것이지 과거 국민의 정보 제공 문제를 지적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원배·박유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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