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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등판? 고민 커진 박원순

중앙일보 2014.01.23 00:18 종합 4면 지면보기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6·4 지방선거가 ‘조용한 선거’가 되길 원한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정치색이 옅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인물론’으로 승부하려 했다.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고 민주당 내엔 대체할 인물이 없으니 정치싸움에서 비켜난 선거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박 시장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치적 빚 부담 … 조용한 선거 전략도 차질



 안 의원의 시장 출마 가능성이 보도된 22일 박 시장 측은 조심스러워했다. 기동민 정무부시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무슨 반응을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권오중 정무수석비서관도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가정해서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편한 기색까지 감출 순 없었다. 익명을 원한 시 관계자는 “정치가 돈 거래도 아니고 저번에 꿔줬으니 이번에 돌려받겠다는 게 무슨 말인가”라며 “안 의원과 박 시장 모두 정치공학과 거리가 멀다는 게 큰 장점인데 이런 미덕을 스스로 지워버렸다”고 말했다. “이번엔 (민주당이) 양보할 차례”라는 안 의원의 말을 비판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맨날 상대방에선 시속 160㎞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덕아웃에서 몸을 풀고 있다는 이야기만 나오지, 실제로 누가 등판할지는 아무도 얘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스스로를 ‘정치와 먼 사람’이라고 규정해 왔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도 “정치권은 갑이고 지자체장은 을”이라며 행정가로서 자신의 포지션을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박 시장의 지방선거 역할론이 불거지면 “행정을 잘하는 게 최선의 선거운동”이라고 거리를 뒀다. 지지율이 낮은 민주당과 확실히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 시장이 유일하게 정치적 빚을 진 안 의원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지지층이 중첩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우호적인 관계가 경쟁으로 바뀌는 순간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며 “2011년처럼 두 사람이 개인 대 개인으로 담판할 수도 없고 당 대 당으로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조용한 선거를 원한 박 시장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측은 정치권과 언론이 시장과 안 의원을 한데 묶어 취급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이제 (박 시장의) 체급도 많이 커졌는데 독립체로 인정하지 않고 안 의원과 함께 묶여 패키지로 취급하는 건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강인식·안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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