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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매형, 덩샤오핑 사위 … 조세피난처 수상한 계좌

중앙일보 2014.01.23 00:18 종합 18면 지면보기



국제탐사보도협회 폭로
후진타오 조카, 원자바오 아들 등 2000년 이후 4280조원 국부 유출
시진핑 반부패 드라이브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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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 덩샤오핑(鄧小平)·후진타오(胡錦濤) 등 전·현직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친인척과 부호들이 국외 조세피난처로 자산을 빼돌려 왔다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2일 폭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본토와 홍콩을 주소지로 둔 2만1321명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역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하거나 은행 계좌를 개설해 자산을 관리해 왔다. 미국(3713명)의 6배 규모다.



 시 주석의 매형인 덩자구이(鄧家貴)는 2008년 버진아일랜드에 ‘엑셀런스 에포트 자산개발’이란 회사를 세워 지분 50%를 차지했다. 나머지 절반은 선전(深?)의 부동산 재벌 2명이 나눠 가졌다. 덩자구이는 부동산과 희토류 개발 투자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블룸버그가 2012년 보도했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아버지가 총리로 있던 2006년 버진아일랜드에 ‘트렌드 골드 컨설팅’사를 세웠다가 2008년 폐업했다. ICIJ는 원윈쑹이 유일한 지분 소유자였다는 점을 들어 이 회사를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했다.



 원자바오의 사위인 류춘항(劉春航)은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컨설팅 회사를 개설해 아내이자 원 전 총리의 딸인 원루춘(溫如春)을 대표로 세웠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이 회사에 자문료 명목으로 180만 달러를 지급했다가 최근 미 사법 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 같은 내용은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가 폭로한 시진핑·원자바오 가족의 재산 관련 보도를 뒷받침해 준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며 해당 매체 기자들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는 등 보복을 가했었다. 하지만 이번 보도로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와 원 전 총리의 청렴 이미지가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원자바오는 폭로 발표 직전인 18일 홍콩 명보(明報)에 공개된 서한을 통해 “나는 결코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취하는 어떤 거래에도 개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덩샤오핑의 사위 우젠창(吳建常),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조카 후이스(胡翼時),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8대 원로로 꼽히는 왕전(王震)과 펑전(彭眞)의 자손들도 ICIJ가 확보한 명단에 등장했다. 여기엔 또 중국을 대표하는 부호 16명의 이름도 있었다. 83억 달러(약 8조8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중국 최고 여성 갑부 양후이옌(楊惠姸), 부동산개발회사 소호차이나의 공동설립자 겸 회장 장신(張欣), 채팅 서비스 ‘QQ’로 유명한 인터넷 기업 텅쉰(騰訊)의 공동설립자 마화텅(馬化騰) 등이다. 부정대출 혐의 등으로 14년형을 받은 황광위(黃光裕) 전 궈메이(國美)그룹 회장 부부와 탈세 등으로 체포된 저우정이(周正毅) 전 눙카이그룹 회장 등 부패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16명의 총자산은 450억 달러(약 49조원)로 추산된다.



 ICIJ에 따르면 UBS·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등 굴지의 서방 은행과 회계법인들이 중국 의뢰인들의 회사 설립과 계좌 개설을 돕고 수수료를 챙겼다. 이번 폭로의 근거자료도 이들 기업 중 2곳의 기밀 파일에서 나왔다.



 중국인의 자금이 조세피난처로 향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로 중국 내 자본 통제가 강화되며 국외로의 자본 이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ICIJ는 각종 자료를 종합해 2000년 이후 1조~4조 달러(약 4280조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중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됐다고 추정했다.



 시진핑 정권의 부패 척결 강조에 따라 부의 해외 유출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판 포브스’ 격인 후룬(胡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600만 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중국 부자 중 3분의 1이 이미 가족·재산과 함께 이민한 상태다. 과거엔 자녀 교육과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이민을 떠나는 이들이 주류였으나 현재는 재산 보호가 주목적이다. 지난해 중국 내 고가품 소비는 15% 줄었다. 영국 자동차회사 벤틀리는 매출 감소 원인의 하나로 부자들의 이민을 꼽았다.



 ICIJ는 미국 워싱턴에 사무실을 두고 세계 60개국 160여 명의 기자가 참여하는 비영리 탐사보도 단체다. 지난해 4월부터 북미·유럽·아시아의 역외 탈세 문제를 집중 보도해 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등 한국인의 조세피난처 활용 실태도 폭로한 바 있다. 중국인들의 조세피난처 거래 현황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 상황을 알지 못하나 그들의 논리가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배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항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관련 질문에 답했다. 내 생각에 맑은 것은 스스로 맑고, 탁한 것은 스스로 탁하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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