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어휴~, '드라마셀러'면 어때요!

중앙일보 2014.01.23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 도 은
중앙SUNDAY 기자
“별그대다, 별그대 책이다.” 지난 주말 서점을 찾았을 때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여기서 별그대란 ‘별에서 온 그대’라는 인기 드라마의 줄임말. 거기에 나온 책 한 권이 덩달아 떴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대표작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다. 책은 1일 방송에 나온 뒤 보름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7만 부 넘게 팔려 나갔다. 2009년 국내에서 출판됐지만 드라마에 힘입어 이제야 화려한 부활을 했다.



 드라마 속 책이 뜨는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폭풍우 치는 밤에』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이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건 모두 드라마 ‘주군의 태양’과 ‘결혼의 여신’ 덕이었다. ‘신사의 품격’에 나왔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신경숙 작가의 대표작임에도 방영 뒤 10만 부가 더 팔렸다. 2009년 ‘내 이름은 김삼순’ 속 『모모』가 판매 100만 부를 기록하며 효시가 된 이래 이제는 ‘드라마셀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책에까지 PPL 마케팅이 확산될 것이라는 의견이 그 하나이고, 드라마에 편승해 책을 고르는 게 과연 옳은가라는 비판도 있다. 나 역시 문화계 곳곳에서 불거지는 스타 마케팅의 부작용이나 대중의 쏠림 현상에 대해 익히 들어온 터라 비슷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출판계 사정을 들어보니 그조차 ‘배부른 소리’ 같다. 실제 드라마 제작사들이 PPL 제안서를 가져온다 한들 성사되는 일이 별로 없단다. 패션·가전 브랜드들처럼 돈을 들인다 해서 그만큼 효과를 보기 어려운 탓이다. 한 출판사 사장은 “10만 부도 못 나가면 바로 타격인데 누가 섣불리 도박을 걸겠나. 그만큼 출판 시장이 쪼그라든 걸 안타까워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또 “무조건 드라마에 나온다고 뜨지 않는다. 드라마셀러 자체가 숨겨진 보석이다가 발견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중의 취향에 대해서는 ‘편식을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더 문제’라는 말로 정리됐다. 한 달 1인당 독서량이 0.8권인 우리나라에서 취향을 따지기 전에 뭐라도 읽으면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독자 57%는 3040 여성들, 말하자면 ‘드라마 즐겨 보는 아줌마’들이었다. 또 드라마에 나오기 2주 전까지 딱 한 권이 팔렸던 임헌정의 시집 『꼭 같이 사는 것처럼』이 방영 이후 60권이나(!) 팔리고, 그 어렵다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 방영 1주 만에 300권이 나가는 현상을 고깝게 봐야 할 이유가 없는 거다(예스24 집계).



 출판 시장의 활성화를 놓고 온·오프 정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형서점과 동네서점의 상생 모델을 만들자는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어쩌면 답은 가까운 곳에 있는 듯싶다. 독자와 가까운 곳에, 눈높이를 낮춰 흥미롭게 책을 알리는 것. 드라마셀러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도은 중앙SUNDAY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