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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윤여준 정치 편력

중앙일보 2014.01.23 00:10 종합 31면 지면보기
박보균
대기자
윤여준 정치는 독특한 체험이다. 그의 이력은 숨 가쁘다. 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회창→박근혜→안철수→문재인 밑에서 일했다. 다시 안철수 쪽으로 옮겼다. 그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준비기구 의장이다.



 윤여준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쪽에 섰다. 그는 문재인에 대한 존경과 감동을 표출했다. “평생 반대 진영에 있는 저 같은 사람을 두 시간 만에 같이 손잡고 가자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TV 대선 찬조연설)-. 윤여준은 자기 처세에 비장함을 담았다. 그의 마지막 무대로 비춰졌다. 언어와 나이 때문이다.



 윤여준의 귀환은 의외다. 2년여 전 어설픈 결별 때문이다. 안철수는 “윤 전 장관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300명쯤 된다”고 했다. 멘토는 윤여준의 자존심이다. 안철수의 비유는 모욕적이다. 둘은 오랫동안 ‘청춘 콘서트’를 했다. 그 장면은 신의를 멀리하는 정치 실리로 비춰졌다. 대중의 집단기억이 됐다.



 윤여준의 정치 편력은 어수선해졌다. 그 역정은 번잡스럽다. 왜 그는 복귀했나. 어떤 약속이 오갔는가. 그는 통치술을 탐구했다. 그것을 실험하려는 욕망 때문인가. 책사(策士)는 자신을 알아주는 인물을 찾는가. 그의 변신은 습관성인가. 인내심이 모욕을 이겨낸 것인가. ‘정치 철새’ 비판은 불가피하다.



 윤여준은 자기 무대를 재구성했다. 6·4 지방선거는 발판이다. 그는 “안철수 등장이 역사의 필연”이라고 했다. 안철수는 21일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모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어휘 구사는 낯익다. 지난 대선 출마선언문의 반복이라는 느낌이다. 그것을 재조합한 수준이다.



 지난해 윤여준의 비판이 떠오른다. “(안철수는) 감성적 언어로 추상성이 높은 모호한 말을 한다.”-안철수 언어는 진화하지 않았다. 새 정치는 구체적인 대안을 요구한다. 안철수 정치의 수입원은 반사이익이다.



 정치 불신은 안철수 정치의 생명력이다. 그것은 윤여준 처세술의 동력이다. 새 정치는 국민 염원이다. 김황식 전 총리는 “국회 해산 제도가 있다면 국회를 해산시키고 다시 국민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 발언은 김황식의 주가를 높였다. 그는 새누리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에 올랐다. 19대 국회는 실패를 예고한다.



 안철수의 새 정치 선점은 계속된다. 그럴수록 역설이 작동한다. 여당은 윤여준의 복귀를 철새정치라고 비난했다. 윤여준 처신 논란은 확산될 것이다. 그 논란의 핵심은 문재인과의 결별이 될 것이다.



 그가 쏟아낸 격찬의 말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사심 없다, 민주적 리더십, 위기 극복과 통합에 적격”-. 그 찬조연설은 성공작이었다. 그 때문에 다수 국민은 문재인 의원과의 결별을 의아해한다. 왜 헤어졌는가. 문재인 정치에 실망해서인가, 주변 참모들과의 불화 때문인가.



 안철수 정치의 재개봉은 민주당 부실 덕분이다. 그것은 문재인 정치의 좌절을 의미한다. 그의 대선 48% 득표율은 결정적인 자산이다. 첫 대선 실패 후 이회창은 야권을 장악했다. 문재인은 지난 1년을 낭비했다. 왜소함과 편협의 정치 논란에서 허덕였다.



 윤여준의 문재인 진영 이탈은 모호하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을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고 선거 후 국정 준비를 도와달라는 거였다”고 말한다. 그 해명은 의구심의 본질을 비켜간다.



 정치인의 거취와 진퇴 설명은 명쾌해야 한다. 새 정치의 필수 요건이다. 설득력이 떨어지면 변절과 무소신으로 낙인찍힌다.



 안철수와 윤여준의 재결합 강도는 높다. 지속 여부는 관심사다. 안철수의 전력 때문이다. 안철수는 지난해 5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영입했다. 그는 정치학계의 거목이다. 삼고초려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두 사람은 80일 만에 헤어졌다. 이념과 노선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결별의 이면은 미묘했다. “대가와 거물을 모시는데 안철수는 인색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윤여준은 “안철수가 집요하고 강해졌다”고 한다. 최장집 케이스의 반복은 없다는 뜻으로 비친다.



 윤여준 의장의 신당 전략이 선보였다. 안철수의 ‘양보’ 발언이다. 그것은 서울시장 박원순의 부담이다. 양보는 비판 대상이다. 밀실 흥정의 낡은 정치여서다. 새 정치 실천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양보의 다양한 카드가 등장할 것이다.



 책사는 비밀 병기다. 윤여준은 노출됐다. 그의 전성기 재현은 미지수다. 그 전성기는 2000년 총선 때다. 공천에서 김윤환·이기택·이수성은 떨어졌다. 윤여준은 그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윤여준식 정치 본질은 줄타기다. 안철수의 새 정치 성공은 줄타기에 달려 있다. 한국 정치의 한계다.



박보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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