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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608조원 … 쌓이는 돈을 어찌할꼬

중앙일보 2014.01.23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세계 10대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쌓아둔 현금이 지난해 말 기준 5700억 달러(약 608조원)를 넘어섰다. 유럽 부국 스웨덴이나 스위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년 만에 31% 불었다.


신흥국 경제 불투명 갈수록 커져 1년 새 31% 늘어 금융위기 후 최다
애플이 가장 많은 150조원 보유
올해 인수합병 시장 달아오를 듯

현금을 가장 많이 쌓아놓은 회사는 미국 애플로 지난해 9월 기준 1467억6100만 달러였다. 애플 한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헝가리 GDP(1305억 달러)보다 많았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806억7200만 달러, 구글 583억6600만 달러 등 미국 간판 정보기술(IT)업체가 뒤를 쫓았다. 통신회사 버라이즌이 541억2900만 달러로 바짝 뒤를 이었다.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460억9470만 달러)과 도요타(394억8375만 달러)도 400억 달러 안팎의 현금을 축적해 두고 있다. 국내기업으론 삼성전자가 262억712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 부문을 제외한 주요 기업의 현금 유보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 세계 경제를 지배한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경기가 살아날지 아니면 다시 고꾸라질지 확실한 게 없었다. 수익이 나더라도 고스란히 현금으로 쌓아두는 쪽을 선택한 회사가 많았다. FT는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주요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고 이는 현금 유보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현금 쏠림 현상도 심했다. 컨설팅회사 딜로이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200지수에 편입된 기업 가운데 32%가 현금 자산의 82%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금 집중도만 따진다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기업이 현금 쌓기에 골몰하는 것은 경제에 좋은 신호가 아니다. 그만큼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었단 뜻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지난 10~16일 펀드매니저 2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7%가 ‘기업 투자가 부진했다’고 답했다. 메릴린치는 “역대 조사에서 최고 높은 응답률”이라며 “기업들은 성장을 위해서라도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설비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리 투자하지 않는 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세계 경제에도 좋지 않다. FT는 전문가 분석을 빌려 “앞으로 주요 기업들이 현금 자산을 풀어 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지가 세계 경제가 회복될지 아닐지를 결정 지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월가는 올 들어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현금 부자 기업들이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뛰어들지 않겠느냐는 예상에 벌써부터 들뜨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버라이즌이 영국 보다폰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을 1300억 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애플과 페이스북·트위터의 협공에 직면한 구글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공산이 크다. 스마트워치 등 태블릿 컴퓨터 이후 새로운 혁신 제품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도 신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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