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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상화 라이벌은 모태범

중앙일보 2014.01.22 00:26 종합 25면 지면보기
지난 15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훈련. 여자 500m 세계 1위 이상화(뒤)가 남자 500m 세계 1위 모태범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뉴시스]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강력한 라이벌을 만들었다. 단짝 친구이자 2010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우승자 모태범(25·대한항공)이다.

소치 겨울올림픽 D-17
초반 100m 여자 1위지만 모태범보다 0.5초 느려
나란히 달리며 스타트 보완



 이상화는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요즘 모태범과 나란히 스케이팅을 한다. 2013~2014 월드컵 시리즈 남자 500m 랭킹 1위인 모태범을 따라잡으려 하는 것이다.



 여자 500m 선수들은 보통 초반 100m 기록이 남자보다 0.5~0.6초 정도 늦다. 최근 훈련을 지켜본 이상화의 매니지먼트사 브리온컴퍼니의 김재홍 팀장은 “기록 차가 나는 걸 알면서도 이상화가 어떻게든 모태범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더라”고 밝혔다.



 이상화는 첫 100m 레이스가 소치 올림픽 메달 색깔을 좌우할 것으로 믿고 있다. 지난 7일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회장배 대회를 치른 뒤 그는 “초반 100m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초반이 좋으면 이후에도 스케이팅을 잘할 수 있다. 남은 기간 스타트를 중점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독한 이상화는 서울 은석초등학교부터 소꿉친구로 지내온 모태범에게 도움을 청했다. 성별 구분 없이 같은 스타트 라인에 서서 경쟁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뛰어난 여자 선수를 찾을 수 없는 이상화의 고육지책이다.



 이상화의 초반 100m 최고 기록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세계기록(36초36)을 작성했을 때의 10초09다. 이 기록은 역대 여자 500m 스타트 최고 기록이지만 남자 최고 기록(9초37·고바야시 마사아키·일본·2003년 3월)에 0.72초 뒤진다. 이상화는 여자 최고 기록에 만족하지 않고 모태범과의 레이스에서 자극을 받길 원하고 있다. 모태범의 초반 100m 최고 기록은 9초57이다.



 이상화가 남자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건 그리 낯선 장면은 아니다. 중·고교 시절부터 그랬고,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도 남자들과 함께했다. 대선배인 이규혁(36·서울시청)과 함께 허리에 끈을 묶고 무거운 타이어를 매달며 스타트 자세 훈련을 해냈다. 남자들과 레이스를 함께 하면서 체력·경기력을 끌어올렸다면 지금은 스타트라는 특정 부분에 집중해 훈련하고 있다.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었던 김관규 빙상연맹 전무는 “여자 선수들이 스쿼트(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운동)를 하면 140㎏짜리 바벨을 드는 데 이상화는 170㎏에 맞췄다”고 말했다. 이규혁도 “상화는 어떤 선수와 훈련을 하든 지지 않으려 하는 근성이 강하다. 그게 상화의 성장 비결”이라고 했다.



 이상화는 “밴쿠버에선 내가 (독일의 예니 볼프에게) 도전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이상화의 라이벌은 더 강한 이상화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 그는 모태범과 함께 질주하고 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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