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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무중

중앙일보 2014.01.22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옮긴다고 지목되고 있는 가창오리 약 19만 마리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어디로 이동하며 AI 바이러스를 옮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고창·군산 19만 마리 사라져
방역당국 행방 추적 비상
전북 정읍서도 AI 의심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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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고창군조류협회에 따르면 전날 동림저수지에 20만 마리가량 머물던 가창오리가 이날 5만 마리로 줄었다. 이종철(59) 고창군 조류협회장은 “방송사 헬리콥터가 저수지 위를 날아다니자 불안해하며 도망 다니던 가창오리들이 모습을 감췄다”고 말했다. 사라진 15만 마리가 어디로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림저수지는 가창오리 사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곳이다.



 금강하구에서는 4만 마리가 모습을 감췄다. 군산시 금강철새조망대 측은 “20일 22만 마리였던 가창오리 수가 21일에는 18만 마리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21일 오전 9시에는 “5만 마리까지 줄었다”고 발표했다가 오후 들어 수치를 정정했다. 금강철새조망대 한성우(42) 연구사는 “아침에 카메라로만 살폈다가 나중에 현장을 돌며 파악한 결과 카메라로는 보이지 않은 제방 쪽에서 많은 수가 발견됐다”고 해명했다.



 동림저수지와 금강하구는 20일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온 가창오리 대부분이 머물던 지역이었다. 두 곳을 합해 40여 만 마리가 있었고, 그 밖에는 전남 영암·해남에 걸쳐 있는 영암호에서 2만 마리, 충남 당진 삽교호에서 1만 마리 정도가 발견됐다.



 없어진 가창오리 19만 마리가 어디 갔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영암호와 삽교호에는 가창오리 수가 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닭·오리 농가들은 전전긍긍하고 하고 있다.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서 오리 1만 마리를 키우는 김덕화씨는 “부근에 철새가 오는 저수지가 있다”며 “가창오리가 이리 오지 않을까 불안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그의 농장은 동림저수지에서 30㎞ 정도 떨어져 있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사라진 가창오리 추적에 나섰다. 가창오리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해안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매일 가창오리 등 철새 숫자를 세기로 했다. 24일부터 사흘 동안은 전국 195개 철새도래지에서 전체 철새 숫자를 헤아리는 ‘철새 센서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라진 19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이미 여기저기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어 환경부의 대응에 대해 발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I 사전 감시 시스템 또한 허술하다. 해외에 AI가 퍼진 지역에 있던 가창오리가 날아들어와도 알아챌 방도가 없다. 해외 이동경로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가창오리가 한 마리도 없기 때문이다.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등 철새 100여 마리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달았지만, 정작 국내 철새의 30%를 차지하는 가창오리는 지금껏 한 마리도 부착하지 않았다. 가창오리는 철새들이 모인 곳 한가운데에 머물기 때문에 접근해 붙잡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AI가 번진 20일 가창오리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붙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살처분 범위 반경 3㎞로 확대=21일에는 전북 정읍과 고창에서 AI 의심 신고 총 2건이 들어왔다. 모두 오리 농장으로 오리들이 폐사했다. 이 중 고창의 농장은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다른 농장으로부터 19㎞ 떨어져 AI가 이미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읍 농장은 AI 확진 농장에서 3㎞ 거리에 있다. 이로써 고병원성 AI 확인처는 고창 1곳, 부안 3곳 등 4곳, 의심 농장은 6곳으로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역을 강화했다. AI 확인 농가 주변 500m 안의 오리를 모두 살처분하던 것을 반경 3㎞로 늘렸다. 농식품부 박정훈 방역관리과장은 “닭은 감염 사례가 없어 살처분 대상에서 뺐다”며 “감염이 확인되면 오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도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 10여 마리의 사체가 발견됐으나 죽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군산·고창=권철암 기자,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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